◎설문결과 8.9%가 자녀이름 바꾸기 원해/불허했던 성명철학상 이유등도 허용키로 대법원이 내년 한해동안 국민학생의 개명을 전면허용키로 함에 따라 어린이들이 이름 때문에 겪어야 했던 고민에서 벗어 날 수 있게 됐다.
이 조치는 윤대법원장이 법원장시절 개명신청사건을 처리한 경험을 토대로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취임당시 천명한 「봉사하는 사법부」의 본보기로 꼽힐 만하다.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호적비송실무자료집」에 열거된 개명 사례를 보면 별난 이름을 가진 어린이들이 겪는 고통을 짐작할 수 있다.
김샌다―대희, 나죽자―재숙, 김창녀―창희, 김치국―현우, 구억원―민준, 박쌍연―소희등이 이름 고통에서 벗어난 사례들이다.
법원은 그동안 이처럼 이름이 욕설로 들리는 경우등은 쉽게 개명을 허가해 왔다. 특히 성인들은 이름을 바꾸면 개인의 동일성에 대한 식별이 곤란하게 돼 사회질서와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어 개명허가를 제한한 반면 학생등 미성년자의 개명을 허가하는 비율은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미성년자의 경우도 부모들의 무관심이나 까다로운 개명절차·허가기준 탓에 아예 개명신청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의외로 많았다. 특히 국민학생은 본격적인 공동생활의 첫발을 내딛는 시기로 이름 때문에 놀림을 당해 정서불안으로까지 발전하는등 성장과정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법원은 이같은 현실을 감안, 내년 한해동안 특별히 국민학생에 한해 개명을 전면허용하는 한편 학교장이 신청서를 일괄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등 신청절차도 대폭 간소화했다.
이에 따라 ▲이름이 욕설로 들리는등 발음이 이상한 경우 ▲이름의 의미가 나쁜 경우 ▲흉악범이나 부도덕한 자를 연상시키는 경우는 물론 ▲성명철학상 나쁘거나 ▲한자이름에서 한글이름으로, 또는 한글이름에서 한자이름으로 바꾸는등 종전에는 잘 허용하지 않던 경우도 모두 개명할 수 있도록 했다.
대법원이 지난 6월 전국 6개 국민학교 학부모 6천1백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8.9%인 5백44명이 자녀의 이름을 바꾸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93년 한해동안 개명을 신청한 국민학생은 모두 2천1백78명으로 2.7개교당 1명에 불과, 개명을 원하면서도 여러가지 제약 때문에 실제로 개명신청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으로 분석됐다.【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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