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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쟁탈 업종간 성역이 없다”/철강업계 건설시장 잠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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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쟁탈 업종간 성역이 없다”/철강업계 건설시장 잠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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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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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업계 세라믹 개발로 역공/신소재·신기술로 물고 물리는 싸움/가전업체 LDP등 내놔 테이프업계 위협/새시시장서 플라스틱·금속업계 신경전 철강업계와 시멘트업계가 전쟁을 벌이고 있다. 고층빌딩과 대형구조물등 대규모건설시장을 놓고 쟁탈전이 벌어졌다. 철강업계가 철골강재를 앞세워 시멘트업계의 독무대였던 건설시장을 공략하면서 업종간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시멘트업계는 세라믹신소재를 앞세워 철강업계의 안방이었던 금속시장을 침투해 들어가면서 역공을 시작, 철강업계와 시멘트업계 사이의 「업종간 전쟁」이 점차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업종간 경계선이라는 보호벽이 없어지면서 이제는 기업대 기업간의 경쟁만이 아니라 업종들 간에도 사활을 건 경쟁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철강업계와 시멘트업계, 플라스틱업계와 철강업계, 제지업계와 화섬업계, 비디오테이프업계와 가전업계사이에서도 서로 울타리를 넘어 상대방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같은 시장안에서 경쟁을 하는 라이벌기업처럼 업종간에도 같은 시장을 놓고 피나는 경쟁을 해야 하는 라이벌업계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업종간 시장쟁탈전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곳은 건설시장. 철강업체들이 지난번 성수대교사고를 계기로 콘크리트를 대체할 철골구조물 사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건설시장을 영토로 삼고 있는 시멘트업계에 전쟁을 걸었고 시멘트업체들은 세라믹신소재를 앞세워 철강업체들의 고유영토인 금속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포항제철은 지난 2월 후판의 일종으로 진동에 잘 견뎌 내진성이 뛰어난 TMCP강 개발을 끝내고 이 철강의 수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계열사인 거양개발을 통해 짓고 있는 25층규모의 서울 광장동 사원 임대아파트는 국내 최초의 철골구조물이다. 또 37층 주상복합건물인 동작구 신대방동 보라매공원에 짓고 있는 나산스위트와 부산 신청사, 충청은행 본점도 이 소재를 이용한 철골구조물로 지을 예정이다.

 이와함께 인천제철과 동국제강 동부제강등도 철물공사업 면허를 따내고 외국업체로부터 기술도입에 나서는등 철골구조물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최근 강구조학회와 공동으로 세미나를 열어 강구조물이 콘크리트물에 비해 안전 및 재활용면에서 뛰어나다는 장점을 홍보하는등 콘크리트 대체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공동전선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철강업체들은 거꾸로 시멘트업계가 개발중인 세라믹 신소재에 고유영역을 점차 잠식당할 판이다. 차세대 신소재로 불리는 세라믹은 아직 기술완성도는 떨어지지만 강도와 마찰 내구력면에서 금속을 능가할 전망이다.

 철강업계는 또 한편으로는 쇠보다 단단하고 내구성있는 엔지니어링플라스틱 특수알루미늄등을 개발한 플라스틱업계나 알루미늄업계로부터도 위협을 받고 있다. 최근 최대수요업체인 자동차업체들이 배기가스를 줄이고 연비는 높일 목적으로 철강소재를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재질로 바꾸는등 자동차경량화에 적극 나서고 있어 자기 영역을 플라스틱업계나 알루미늄업계에 빼앗길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철강업계는 엔지니어링플라스틱이나 특수알루미늄보다 가볍고 강도가 높은 신소재 개발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철강과 비철금속간 경쟁시대가 된 것이다.

 이외에도 SKC 새한미디어등 비디오테이프제작업체들은 비디오CD LDP등 차세대 영상매체를 개발한 가전업체들에 자기 영역을 빼앗겨 고전하고 있다.

 이들 가전업체들은 첨단멀티미디어기술과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기존 오디오시장도 크게 위협하고 있다. 또 새시시장을 놓고 알루미늄제조업체들과 플라스틱제조업체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제지업계는 최근 고감도 광학제품을 닦는 특수렌즈지를 개발해 화섬업계의 극세사시장을 위협하고 있고 화섬업계는 화학섬유의 첨단제조기술을 바탕으로 항암제를 개발, 제약업계의 영역을 넘나들고 있는등 업종간 무한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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