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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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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밑은 회고와 반성, 그리고 결산의 계절이다. 회고와 반성은 후회를 걸러내고 결산은 아쉬움을 남기게 마련이다. 올해의 세밑이라고 예외일 수가 없다. 오히려 좌절과 후회와 울분이 더 심한 느낌을 받는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면 종교계 지도자들은 성탄과 신년메시지를 띄운다. 김수환추기경은 통절한 회개를 요망한다. 「오늘날의 사회는 한마디로 가치 전도, 가치 부재의 상태이며 그 결과로 정치도 부실하고 나라의 모든 것이 부실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로 잡을 것인가. 「물질보다 인간을, 자신보다는 이웃과 나라를 더 생각할줄 아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불교 조계종 윤월하종정은 신년법어를 통해 「내가 보는 세계가 무진장하다면 내가 보지 못하는 세계도 무진장하다」고 독선을 깨우치고 자비를 실천할 것을 요청했다. 기독교개신교의 성탄메시지는 더욱 분명하다. 「성장 제일주의와 약육강식의 논리를 따라온 행보를 멈추고 모두가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자」고 호소하고 있다.(한국기독교회협의회 김동완 총무) ◆종교와 교리는 다르나 신앙의 지도자들이 보내는 메시지의 「함축」은 비슷하다. 지난 한해를 살아 오면서 남긴 후회가 무엇인가를 뼈아프게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비인간적이고 교만하고 독선에 가득 차 있었다. 사랑과 자비가 잠들었다. 불우이웃돕기도 갈수록 냉랭하다. 이것이 1994년 세밑의 반성이자 결산이 아닐까. ◆오늘이 크리스마스―. 성탄의 아침은 밝았다. 우리네가 아름다운 성탄절을 맞을 마음의 자세가 얼마나 가다듬어 졌는지 의심스럽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는 입술에만 남는 찬송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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