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2월 재협상… 지재권보호 등 양보 불가피 중국은 관세무역일반협정(가트)에의 연내복귀를 통해 내년부터 출범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창설회원국이 되려고 하다가 좌절되자 차선의 방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지난 20일 제네바에서 중국의 가트 가입 19차 실무협상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 중국측의 1차적 반응은 분노였다. 중국의 대외무역 경제합작부는 실패후 이를 좌절시킨 미국을 직접 지명하진 않았지만 「패권주의」라고 비난했고 WTO의 앞날을 우려하는 지극히 공격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22일에는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세계 11대 무역국인 중국을 배제한 채 출범하는 WTO의 취약성을 강조했다. 또한 중국은 가트가입을 위해 중국의 근본적인 이익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어떠한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거듭 천명했다.
하지만 올해내에 가트에 가입하고자 19차 실무협상에 큰 기대를 걸었던 중국대표단이 내년 2월에 재협상하기로 동의한 사실에서 보듯이 중국의 선택폭은 넓지 않다. 중국이 큰 소리는 치지만 내년 6월말 전까지 가트 가입협정을 완결지으면 WTO 창설회원국으로서의 지위를 소급해서 부여하겠다는 미국과 유럽연합(EU)등의 제안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리고 2월재협상은 WTO가 이미 출범한 상황에서 벌이는 협상이어서 중국측이 수세에 몰릴 것은 뻔하다.
앞으로의 협상에서 중국이 보다 양보해야할 분야는 중국이 지난번 협상에서 끝까지 버티던 것들이다. 중국은 관세율 양허문제에 관해 지난 8월 품목평균 관세율을 18.6%로 낮추는 제안을 해 EU로부터 묵시적 동의를 얻어냈지만 미국은 아직도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또 통신, 은행, 보험, 유통, 여행, 시청각등 서비스 분야와 농산물 분야에서 중국이 더 개방을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또 중국의 지적소유권 보호자세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미국은 중국내에서 유통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1백%가 복제된 해적판이고 CD등 음향, 영상매체의 대부분이 불법유통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로인한 미국의 손실이 연간 10억달러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지적소유권보호 문제에 관해서는 중국을 방문했던 미국의 협상대표단이 제네바에서 가트 실무협상이 한창 진행되던 지난 15일 일방적으로 철수해버려 중국측의 협상입지에 타격을 준 사실에서 보듯 미국측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이다. 또한 중국에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부여하는 문제에 관해서도 미국과 중국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이러한 쟁점이 타결 되려면 아무래도 중국이 적지않은 양보를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 힘겨루기의 손익계산서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미국의 완승이요, 중국의 완패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세계전략적 고려에서 중국을 지나치게 견제하고 있다는 중국의 부정적 대미인식을 한층 깊게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꼭 미국의 완승이라고만 볼 수 없다.<북경=유동희특파원>북경=유동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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