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를 키워냈다는 유명 연예매니저 배병수씨 피살사건이 세상을 온통 소연케하고 있다. 전면개각등 굵직한 일들이 하고 많은데도 이번 사건이 이처럼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는 것은 연예계에 대한 단순한 관심의 수준을 넘어 오늘의 이지러진 세태마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20대 초반에 전과5범들인 두 살인범의 허황한 꿈과 좌절, 그리고 가책을 모르는 살인과 범행뒤의 향락행각은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섬뜩하기조차 하다. 제분수도 모른채 겉보기에 화려한 연예계에 넋을 잃고, 찰나적 쾌락만 뒤쫓으려는 내일이 없는 젊은 세대의 허황된 삶과 풍조가 세모의 우리 모두를 더욱 우울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새삼 노출된 연예계의 어두운 구석 또한 충격적이다. CF한편 출연에 수억원을 받을 정도인 부와 명성의 톱탤런트를 뒷바라지하고 키워낸다는 소위 매니저의 세계라는게 현대적 경영관리나 투명성과는 아예 거리가 멀다. 그래서 폭력이나 온갖 수단을 동원한 연줄등의 주먹구구로 쉽게 인기와 떼돈을 벌 수 있다는 헛된 꿈을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심어주기에 이르렀고 이번 사건의 범인들도 그런 부나비 같은 젊은 군상들의 일원이었던 것이다.
이같은 연예계의 검은 내막이나 세태문제를 떠나 사건자체의 수사과정에서도 또다른 문제를 제기한다. 최근 「지존파」사건이나 「온보현」사건등에서 누누이 강조되어온 경찰의 초동수사나 사건초기의 공조수사에 모두 실패했음을 또한번 여지없이 드러낸 것이다.
경찰은 피살된 배씨집 안방의 혈흔조차 초동수사에서 찾아내지 못했는가 하면, 수사초기 성의있는 탐문수사만으로도 쉽게 혐의를 포착할 수 있는 배씨 주변의 두 범인들은 외면한채 자작극에 의한 실종 또는 증발로 가볍게 보고 시간을 허비했었다.
그래서 범인체포의 공은 경찰이 아니라 오히려 범인들에게 돌려야한다는 웃지 못할 난센스도 빚어졌다. 범인들이 훔친 카드로 직접 돈을 찾고, 실명으로 휴대전화기를 살 정도의 자포자기적 행위가 없었다면 이 사건 또한 「영구미제」로 묻힐 수도 있었다.
배씨 피살사건이 주는 큰 교훈은 내일을 모르는 일부 젊은 신세대들이 쫓는 찰나적 삶의 허황함이랄 수가 있겠다. 그래서 이들에게 삶의 겉보기 대신 내실을 제시하고 깨우치게 하지 못한 기성세대와 제도의 무거운 책임이 남는다.
아울러 청소년들의 우상이 되기 마련인 인기스타주변 및 연예인사회에 대한 폭력·갈취등의 온갖 어두운 구석 추방 및 투명한 매니지먼트 체계를 정착시키는 일도 새삼 중요해졌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