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만” 애원 “얼굴안다” 목졸라/빼앗은 카드로 12일간 향락여행/주범전 누나집 가다 검문… 도주중 붙잡혀 배병수(36)씨 살해범 전용철(21)과 김영민(23)은 지난 10월 서울 청량리 성인오락실에서 우연히 알게됐다. 평소 연예계를 동경해오던 김은 연예인 매니저를 자칭하는 전과 급속도로 가까워져 형제 이상으로 지냈다. 전은 김에게 그동안 몸담았던 연예계 주변 이야기와 배씨와의 관계, 배씨의 비리와 재산규모등을 화제로 떠올리곤 했다.
9∼10일 양일간 전과 김은 서울 모처에서 만나 배씨의 납치살해극을 구체적으로 모의했다. 평소 전에게 꾸지람과 멸시를 일삼던 배씨에게 멋지게 보복하고 돈도 빼앗자고 의견을 모았다.
11일 하오11시 이들은 배씨집에 들어가 창문을 통해 핸드폰을 훔친 뒤 전이 빌린 서울3크7744호 에스페로 승용차에서 배씨를 기다렸다. 30분 뒤 배씨가 귀가하자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 집밖으로 유인하는데 성공했다.
배씨가 대문을 열고 나오자 김이 인근 공사장에서 가져온 길이 70㎝ 각목으로 머리를 내리쳤고, 가스총을 발사했다. 쓰러진 배씨를 이끌고 방안으로 들어가 커튼을 찢어 입에 물리고 전기장판줄로 손을 묶었다. 전은 엎어져 있는 배씨에게 『나 전용철이다. 그동안 네게 당한 멸시를 갚겠다』며 머리와 온몸을 짓밟았고, 배씨는 『목숨만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전은 공포에 떠는 배씨에게서 현금카드를 빼앗고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그리고는 옷장에서 넥타이를 꺼내 목졸라 살해, 차 트렁크에 시체를 실었다. 증거를 없애기 위해 커튼조각 넥타이 칼등 범행에 사용한 도구를 모두 가방에 담았다.
상오 3시30분께 집을 나와 1시간가량 차를 몰아 경기 가평군 설악면 사룡리 울업산 기슭에서 숨진 배씨를 비탈 아래로 던져 유기했다.
12일 배씨의 현금카드로 돈을 인출한 이들은 『스키장에 놀러가자』고 두 이양을 불러 12일간의 「환락의 전국 도주여행길」에 올랐다. 새 자동차와 핸드폰을 구입한 뒤 차와 배, 비행기를 이용해 속초 부산 충주 제주지역의 호텔등지를 돌아다니며 초호화판 유람을 즐기던 이들의 환락여행은 결국 23일 충주 누이집으로 가던 전이 검문을 받고 도주하다 진천에서 붙잡혀 막을 내렸다.【염영남기자】
◎「연예인 매니저」란 어떤직업/스타만들기 투자·스케줄 관리등 “후견자역”/「수억대 출연료」시대 맞아 “인기직종” 부상/통상 수입30%정도 차지… 배분싸고 마찰잦아
연예인 매니저 배병수씨 피살사건으로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가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특히 매니저란 어떤 직업인지, 범인 전용철이 왜 그토록 매니저가 되고싶어 했는지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매니저가 화려해 보이고 돈도 많이 버는 직업으로 인식된 것은 최근 인기 연예인들의 드라마나 CF출연료등이 수억대를 호가하고부터. 2∼3년전만 해도 가수나 영화배우와 달리 TV탤런트중에는 매니저를 둔 경우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방송사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광고시장이 커져 존재가치가 높아지면서 탤런트도 매니저를 두고 자기관리를 하게 됐다.
최근 대기업이 운영하는 기업형 매니지먼트사가 생길만큼 매니지먼트업이 호황을 누리는 현상도 탤런트 우대시대의 한 현상이다. 연예인지망생이나 방송사주변을 기웃거리던 자격미달의 건달들이 매니저가 되고싶어 하는 것도 전에 없던 현상이다. 전도 이같은 인물중 하나라 할수 있다.
매니저는 연예인의 스케줄과 계약·홍보업무를 관리해주는 일종의 후견인겸 대리인이다. 즉 야간업소나 CF출연료 협상을 대신하고, PD등 관계자들에 대한 로비를 도맡는다. 이들은 그 대가로 수입에서 일부분을 나눠 갖는데 통상 전체수입의 30%정도를 차지한다. 그러나 수입규모가 클때는 20%정도로 낮춰지고 수입이 없는 신인인 경우에는 50%까지 높아지기도 한다.
연예인과 매니저간의 불화는 돈문제로 인한 경우가 많다. 지난해 신신애가 매니저를 겸한 레코드 제작자와 고소사태를 빚었던 것이나 숨진 배씨가 최진실 최민수씨등과 결별한 것도 수입 분배문제가 주된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요계가 주를 이뤘던 매니저의 세계는 60∼70년대에는 폭력과 부조리의 온상처럼 인식됐으나 80년대 후반부터는 많이 정화됐다는 것이 연예계의 진단이다.
바늘과 실의 관계로 불리는 연예인과 매니저간의 불화가 잦기도 하지만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사랑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다. 가수 주현미 임동신씨부부, 서울시의원 가수 이선희 윤희중씨부부등이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에서 사랑을 일군 대표적인 예다.<김경희기자>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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