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4∼1910년까지 우리 정치·사회 등 비사 담겨 구한말 투철한 애국지사이며 역사가, 시인이었던 매천 황현(1855∼1910)의 대표적 저서로 근대사연구의 지침서라고 볼 수 있는 「매천야록」이 완역·출간됐다. 1864년 대원군의 집정으로부터 1910년 경술국치에 이르기까지 46년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 등 전반에 걸쳐 비사를 담고 있는 이 책의 전체내용이 번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사편찬위원회 고서전문원인 김준씨가 2년여에 걸친 작업끝에 결실을 맺은 이 책은 평이한 문장에 상세한 각주를 붙여 당시의 사회정치적 상황과 매천의 애국사상을 알기쉽게 전달하고 있다.
매천은 이 책에서 일제의 침략과 내정의 부패·문란을 비판하며 벼슬을 내놓고 고향에 은둔한 후 1910년 경술국치에 항거하여 음독·순국할 때까지 자신이 보고 들은 내용을 편년체로 기록하고 있다.
매천의 민족의식과 애국사상이 함축돼 있는 이 책은 대원군의 집정과 안동 김씨의 몰락, 을미사변, 아관파천등 중요사건의 전모와 의미뿐 아니라 탐관오리의 비행, 친일파들의 매국행위, 의병·의사들의 구체적 행적을 추적하여 춘추필법의 정신으로 파헤친 역사비평서이다.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정치적인 문제도 단순한 사실의 직필에 그치지 않고 민간에 퍼져있는 야담까지 담고 있으며, 대원군 김옥균 최익현등의 인물평과 사건에 관한 독특한 견해·민족운동의 방향까지도 제시했다.
예컨대 1884년 일어난 갑신정변과 관련하여 『갑신년의 여러 적중에서도 김옥균의 재주가 서광범이나 박영효보다 우수하기 때문에 만약 죽지 않았다면 갑오경장에서 그의 조치를 보았을 것』이라고 평함으로써 개화파들의 개혁운동에 대한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개화운동을 긍정적 개혁운동으로 보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역모로만 매도하지 않은 것은 그의 실학사상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또 용인에서 허리 위가 뱀의 형태를 지닌 어린아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이나 미국에서 로봇이 발명되고, 영국의 엘리자베스여왕이 사망했다는 사실등 세세한 내용까지도 기록하고 있다.
신용하서울대교수는 『한말 재야지식인의 입장에서 당시 부패상을 날카롭게 고발하고 풍자한 매천야록은 정교(1856∼1925)의 「대한계년사」와 함께 우리나라 근세사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특히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던 때 확고한 역사관에 기반하여 쓴 이 책은 사회상황을 파악하게 하는 역사서로서 가치도 높다』고 말했다.<최진환기자>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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