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행정부처의 대폭 정비와 아울러 단행된 23일 청와대―내각 전면 재편은 제도와 인사를 동시개편했다는 점에서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지금까지 기구와 사람을 이처럼 한꺼번에 크고 넓게 바꾼 일은 일찍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개편은 기대가 컸었고 또 그 기대만큼 진통도 심했다. 워낙 오랫동안 끌어온 탓인지 다소 김이 빠지기도 했지만 국민들은 새 진용의 면면을 살피면서 앞으로 국정쇄신에 대한 희망을 거는 것 같다. 세계화나 지방화, 그리고 국정개혁이나 행정혁명이라는 슬로건에 비춰볼 때 다소 미흡한 면이 없지않은 게 사실이다. 각자가 배전의 노력으로 분발하지 않으면 얼마안가 다시 국민의 실망과 불신을 사게 될 것이라는 점을 특히 각오해야 할 것이다.
새사람이 반드시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참신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역시 새 얼굴이 많아야 하는데 이번 개편에서는 어느 정도 경험과 능력을 갖춘 중견인사들이 많이 발탁되었다는 점에서 안정을 기대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김영삼대통령의 첫 팀은 아마추어가 너무 많아 시행착오가 있었고 행정 솜씨가 서툴렀다는 비판을 상기해볼 때 세번째 팀은 그것과 대조적이라는 인상이다.
이제 새출발하는 새팀은 우선 흐트러진 관가의 분위기를 바로잡고 한시 바삐 각 부처가 본연의 정상업무로 되돌아가는데 주력해야할 것이다. 제도와 인사가 일시에 뒤바뀌는 태풍때문에 공무원들은 오랫동안 갈피를 잡지 못한채 술렁대기만 했다. 기나긴 행정공백때문에 국민들도 불편이 많았다. 그래서 새팀은 어수선해진 공직자들의 관기를 잡는데 먼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른 조직이나 기관도 마찬가지지만 청와대나 행정부의 사람들이 많이 바뀌었다고 해서 새로운 정치, 신선한 행정이 저절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책임자들의 머리에서 번득이는 창의성이 발휘되지 않으면 바뀌기 전과 달라질게 하나도 없다. 개혁의지를 앞세운 창의력을 새팀에서 기대해보고 싶다.
그리고 꼭 빠뜨리고 싶지 않은 주문사항은 팀워크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부처이기주의를 배격하라는 것이다. 업무와 인원과 예산이 자기부처에 많이 와야한다는 욕심의 노예가 된 나머지 나라 전체의 이익이 손상을 입는 사례를 많이 보아왔다. 기구와 자리를 늘리고 자금을 많이 끌어오는 장관이 유능하고 인기가 있다는 식의 부처이기주의 사고방식으로는 세계화도 개혁도 안된다. 부처의 이익보다 국정전반의 효율적 운영을 살피는 안목과 양식을 각료들은 먼저 갖춰야한다.
청와대나 총리실은 이처럼 부처이기주의에 따라 국가 행정이 왜곡되지나 않는지 주의깊게 살펴서 조정하는 일을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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