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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하늘을 연다지만(사설)

입력
1994.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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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모든 나라의 민간항공기들에 대해 영공을 개방하고 통과비행과 이착륙을 허용할 것이라고 한 것은 대외개방의 조심스런 움직임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국이 지난73년 6·23평화통일선언을 통해 영공개방을 밝힌 것과는 달리 북한은 정권수립이후 지금까지 46년간 육·해·공 3면에 걸쳐 철저한 폐쇄정책을 고집해 온 터여서 이번에 민항기들에 하늘을 개방하겠다는 것은 곧 있을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계기로 국제사회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신호로 봐야 할 것이다.

 북한의 개방정책추진은 체제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들은 1년전 노동당제6기 21차전원회의에서 정권수립이후 처음으로 3차7개년계획(87∼93년)의 실패를 시인하고 농업·무역·경공업제일주의 노선을 채택했으나 91년이래 4년간 마이너스성장을 한데다 1백여억달러의 외채를 갚지 못해 외국기업들로부터 경계의 대상이 돼 왔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영공개방은 극심한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식 개방을 모방, 외국과 인적·물적교류를 촉진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때문에 하늘을 풀어 왕래를 허용하겠다는 뜻은 의미가 있지만 속으로는 몇가지 정치적 속셈을 갖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선 북한이 밝힌 동경­평양­북경 직항로 허용은 새로운 것이 아닌 북한측의 오랜 복안인 점이다. 80년대 이래 각국 항공사들은 경비와 시간이 많이 드는 동경­북경 우회노선대신 직항로개설을 요구해 왔다. 그 때문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나서 한국은 동경­서울­북경을, 북한은 동경­평양­북경노선을 주장, 조정끝에 동경­서울­평양­북경노선을 제시했으나 북한의 반대로 유보돼 왔던 것이다.

 다음 영공개방시기를 밝히지 않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제적 수준의 공항시설과 서비스공급체제가 안됐음에도 개방을 밝힌 것은 때마침 한국민항기들의 북경취항에 대항하고 현재 모스크바등 5개노선만 취항하고 있는 고려민항의 노선을 확대, 장차 미와의 연락사무소개설에 즈음해서 북미쪽에 진출할 것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개방선언은 미국 조야에 조속한 외교채널의 설치를 역설하는 제스처임이 분명하다.

 끝으로 북한은 영공통과와 공항시설이용 및 서비스제공의 대상을 「모든 나라의 민간항공기들」이라고 선언했지만 과연 동족인 남한의 민항기들도 이에 포함시킬 것인지는 속단할 수 없다. 그들이 남한기업인들의 대북진출을 나진·선봉의 경제특구로 제한하겠다고 한 것으로 보아 남한민항기가 평양부근 순안공항에 이착륙하거나 북한영공을 왕래하도록 순순히 허용할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때문에 북한의 영공개방은 전체적으로는 환영할만 하지만 저들의 정치적 저의를 가볍게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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