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무부 “인도조치” 크게 환영/북의 대미우호노선 확인 평가/생존자도 조속송환땐 해빙가속 전망 지난 17일 휴전선 동북방 북한지역에서 발생한 미군헬기 불시착사건으로 자칫 금이 갈뻔했던 북·미관계가 북한측의 「사망 승무원 유해반환 및 생존 조종사 조기송환」약속으로 전화위복의 계기를 맞고 있다.
디디 마이어스백악관대변인은 데이비드 하일먼준위의 유해송환 소식이 전해진뒤 서너시간이 채 지나지도 않은 21일 상오 9시반(미국시간)께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북한측의) 인도적인 조치를 분명히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마이어스대변인은 이어 『생존 조종사도 크리스마스 이전에 송환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에 대한 환영의 분위기가 가장 물씬 느껴진 곳은 역시 국무부다. 산타클로스 차림으로 흰수염까지 매단채 정례회견장에 나타난 마이크 매커리대변인은 『크리스마스때는 보스니아사태 따위는 얘기하지 말자』며 애교를 떨면서도 헬기 조종사 송환문제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상세하게 답변했다.
그는 북한측의 이번 조치를 『고무적인 사태진전』이라고 정의한뒤 『이번 사태로 북·미기본합의서의 이행에는 아무런 단절도 없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브리핑 시간중 이번 사건과 제네바 합의는 별개의 문제라는 말을 세번이나 거듭했다.
이는 바로 전날인 20일 저녁 워런 크리스토퍼장관이 국무부 출입기자들과의 송년회견석상에서 밝힌 대북 경고성 발언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크리스토퍼장관은 이날 『헬기 승무원의 송환 지연은 북미관계진전 분위기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었다.
이같은 태도변화는 미행정부가 북한측의 유해반환과 생존자 송환방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양국간 신뢰구축 과정의 초석으로 삼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워싱턴의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이번 조치를 통해 북·미간의 관계개선을 대외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고 있음을 새삼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번 사태는 북한이나 미국 어느쪽도 원치 않았던 돌발사건이었다. 물론 북한으로서는 이번 사건을 구실로 휴전체제의 평화협정체제로의 전환 필요성등을 부각시키고 싶은 충동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에 구태를 벗고 미국과의 장기적인 우호관계를 우선시하는 현실외교를 채택했다.
따라서 북한이 그들의 약속대로 생존 조종사까지 신속히 송환할 경우 최근 양국간에 조성된 해빙무드는 한층 무르익을 수 있다.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고향인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한 로터리클럽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제임스 레이니주한미대사도 지난 19일 현지신문과 가진 회견에서 이같은 분석에 공감을 표시했다.
레이니대사는 「애틀랜타 컨스티튜션」과의 인터뷰에서 『헬기 격추사태는 한 반도의 살벌한 긴장상황을 상기시켜 주는 것』이라고 전제한뒤 『(그러나) 이번 사태로 북·미관계에 균열이 생기리라는 조짐은 없다』고 단언했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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