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함불구 “사소한 문제일뿐” 한때 고압자세/새칩 생산·교체작업 수억불부담 감수키로 세계굴지의 컴퓨터칩 메이커인 미 인텔사가 컴퓨터의 두뇌역할을 하는 손톱만한 펜티엄칩의 결함에 대한 소비자들의 항의에 굴복, 1억달러이상의 비용을 들여 펜티엄칩을 무상 교환해 주기로 했다.
펜티엄칩 파문은 지난달말 인텔이 자사의 칩이 소수점 9자리 이하 계산에서 오류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조짐이 나타났다. 인텔이 결함을 인정한지 2주만인 지난 12일 세계최대의 컴퓨터 회사인 IBM이 자사제품에 펜티엄칩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전격발표하면서 펜티엄칩 결함파문은 크게 일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인텔은 IBM의 펜티엄칩 오류 계산방법에 문제가 있다며 펜티엄칩은 『극히 사소한 기술적 문제』를 지니고 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또 IBM과는 달리 게이트웨이2000, 패커드벨, 컴팩등 굴지의 퍼스컴(PC) 메이커들이 펜티엄칩을 계속 쓰겠다고 밝혀 사태는 더 이상 확산되지 않을 듯 했다. 게다가 일부에서 IBM의 결정은 인텔의 펜티엄칩 아성을 깨기 위한 「전략적 고려」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음모설」을 제기하기도 해 펜티엄칩 결함이 침소봉대된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하지만 전문분야의 계산업무를 취급하는 컴퓨터 사용자들에게만 펜티엄칩을 교환해 줄 것이며 또한 고객이 교체를 요구하는 타당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한 인텔의 「고압적인 자세」가 소비자들의 커다란 분노를 일으켰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6일에는 미국의 대표적인 기술자문회사인 가트너 그룹이 컴퓨터 구매상들에게 펜티엄칩이 장착된 PC를 사지 말라고 권고하면서 펜티엄칩 파문은 절정에 달했다.
결국 인텔은 소비자들의 항의와 컴퓨터메이커들의 불매 분위기 확산에 굴복, 무상교환 방침으로 급선회할 수밖에 없었다. 인텔의 앤드루 그루버회장이 20일 『사소한 기술적 문제로 간주했던 것이 회사의 생존을 위협했다』고 말한 것도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졌음을 반영한 것이다.
인텔의 무상교환 방침 발표직후인 20일 정오 뉴욕증시에서 인텔의 주가가 지난주 하락폭의 절반가량을 회복, 인텔 관계자들을 안도케 했지만 이번 방침으로 인텔이 치러야 할 비용은 엄청나다.
인텔은 새로운 칩 생산과 교체작업에 수억달러의 비용을 들여야만 한다. 새로운 칩을 1개 생산하는데 50∼1백50달러, 기존 칩을 교체하는데만 컴퓨터 1대에 30∼2백달러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문제의 펜티엄칩이 장착된 PC는 전세계에 2백만대가량 된다.
한편 대우통신 삼성전자등 펜티엄칩 PC를 조립·판매한 국내업체들은 인텔본사가 제반비용을 댈 것으로 보고 있어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에 보급된 펜티엄칩 PC는 약1만8천대다.【윤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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