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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사리는 민자지도부/“나는 어떻게되나” 걱정에 국사는 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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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사리는 민자지도부/“나는 어떻게되나” 걱정에 국사는 남일

입력
1994.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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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법처리 늦어져도 해결노력 없어 정부조직법개정을 둘러싼 여야 힘겨루기로 개각이 늦어지고 행정공백의 부작용이 심각해지는 상황속에서도 민자당은 태연하기만 하다. 청와대가 몹시 언짢아 하지만 야당의 태도가 강경하다는 얘기만 한담처럼 오갈 뿐 괜히 다칠세라 오히려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20일의 고위당직자회의에서는 원내총무가 야당의 움직임에 대한 간단한 현황보고만 했을 뿐 김종필대표를 비롯한 어느 누구도 문제를 풀어보려는 적극적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21일엔 아예 당직자회의도 없었으며 야당의 「애국심」을 호소하는 대변인의 짤막한 논평이 전부였다. 당무회의가 열리긴 했으나 당3역의 의례적 보고만 받았을 뿐 누구하나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거나 집권당의 역할을 거론하지 않은 채 10여분만에 회의를 끝냈다.

 조금 다른 얘기이지만 지난 17일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국회에서 표결처리할 때 민자당의원 1백77명중 24명이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았다. 또 19일 야당이 제출한 검찰총장 탄핵소추안을 처리할 때도 소속의원중 19명이 불참했다.

 이한동총무는 후자에 대해 공식회의석상에서 『1백58명의 당소속의원들이 출석, 전원이 부표를 던져 우리당의 단합을 과시했다』고 말했지만 비공식견해는 좀다른 것 같았다. 연말과 인사철이 겹쳐 뭔가 어수선하고 괜히 들뜨는 것은 어쩔 수 없다해도 중요표결을 하는 자리에 여당의원들이 대거 불참한 것은 납득키 어렵다는 기색이었다.

 때문에 당내에선 『요즘처럼 나사빠진 듯한 집권당의 모습은 일찍이 보지 못했다』는 소리가 무성하다. 정치의 중심이 청와대로 쏠려 있는 만큼 당의 한계를 이해못할 바는 아니나 대야관계를 원내총무에게만 맡겨놓고 모두가 손놓고 있는 현실이야말로 「복지부동」의 대표적 사례라는 것이다.

 말로는 저마다 당의 활성화를 외치고 내년 2월의 전당대회를 화합과 축제분위기로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어떻게」라는 문제가 나오면 모두가 고개를 돌려버리는 게「국사를 걱정하는」 민자당의 현주소다.

 이와관련, 당관계자들은 『정부조직법이 걸림돌로 작용해 국정스케줄이 뒤틀리고 있으면 대표를 위시한 지도부와 중진들이 총력체제로 나서 야당과의 대화채널을 가동하고 필요할 경우 청와대에도 대안을 건의하는 등 긴박하게 돌아가야 할텐데 현실은 전혀 딴판』이라고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들은 또 『지도부와 중진들이 「나는 어떻게 되나」는 식으로 자기자리 보전에만 급급하고 당이 당연히 떠맡아야할 과제를 강건너 불보듯하니 될일도 안되는 형국』이라며 정치력의 빈곤을 공개 성토했다. 한마디로 정부조직개편같은 대사를 정치적으로나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려는 노력의 흔적을 전혀 찾을수 없어 스스로 당을 정부의 종속변수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들도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일을 벌여놓은 뒤 당에게 뒤치다꺼리를 떠맡기는 지금까지의 방식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당체제로는 설령 사전에 당정간의 협의가 진행됐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해석이 더욱 우세하다. 당대표가 앞장서 과제를 이끌고 나가고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원내총무등 당직자들이 역할을 공유해 야당을 끌어안으며 중진들도 적극적으로 정치력을 발휘했으면 비록 결과는 비슷하다고 해도 지금같은 무기력증에 시달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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