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에 억류돼 있는 미군헬기 OH 58A개량형기의 조종사들은 보도된 정보대로라면 마치 소풍 나간 학생 기분으로 군사분계선을 비행한 것으로 보인다. OH 58A개량형은 무장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는데다가 이 정찰기를 몬 하일먼 및 홀 준위는 옆구리에 권총 한자루도 차지 않고 이 위험천만한 군사분계선을 비행했다는 것이다. 지상은 마침 1 가까운 눈이 내려 있었다. 추위를 직접 느낄 수 없는 헬기 상공에서 내려다 보면 사방은 마치 좁은 교실에 있다가 평원으로 소풍 나간 아이들이 맛보는 그런 상쾌함과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함을 드러내고 있었을 것이다. 아직 북한이 입을 다물고 있어 사고 경위를 전혀 알 수 없지만 워싱턴의 한 분석에 의하면 사고기는 DMZ를 따라 정규비행훈련을 하다가 쌓인 눈으로 길을 잃은 후 방향을 점검하기 위해 현장에 내려 앉으려다 변을 당한 것 같다고 했다. 헬기가 방향을 잃으면 무조건 그 자리에 그대로 내려 앉아 다시 방향을 찾는 것이 규정으로 돼 있기 때문에 황색표지판조차 보이지 않자 북한 땅에 잘못 내려 앉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헬기를 격추했다고 말하고 있다.
헬기 조종사들이 방향을 잃었을 때 만일 이 지역이 세계에서 군사적으로 가장 위험한 지역이라는 점을 알았다면 평상행동수칙에 따라 현장에 그대로 내려앉지는 않았을 것이다. 길을 잃었다면 안전비행이 허용되는 한 무조건 남으로 기수를 돌렸을 것이다. 아마도 이 조종사들은 바로 며칠전 프랭크 머코스키상원의원과 폴 사이먼의원을 태우고 평양에 들어갔던 조종사의 인터뷰기사를 읽었던 것이 이런 안이한 행동을 하게 했을 지도 모른다. 6·25후 처음으로 미군용기를 몰고 평양에 들어 갔던 스티브 존슨대위는 북한사람들이 영어도 잘하고 우호적이었으며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지금 벌이고 있는 미국과 북한과의 정치회담은 휴전선을 두고 펼쳐져 있는 남북간의 무거운 군사대치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지난 2일 미하원군사위원장 내정자인 플로이드 스펜서의원은 클린턴정부의 계속되는 군예산삭감으로 미군은 훈련·부품등이 태부족 상태가 돼 전투태세가 미비하다고 주장했었다. 미 국방부(펜타곤)도 주한미군이 전투태세미비 등급에 속해 있음을 시인한 바 있다. 한반도의 평시작전권이 한국에 넘어와 있는 지금 미8군의 전투준비태세를 세밀히 점검해 봐야 한다. 그것은 미·북한간, 남북한간의 진정한 관계개선의 길잡이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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