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들의 사회」 「열번째…」 「섬강… 」 「너의 날개… 」등/베스트셀러 조작·표절·인기작가 만들기등 다뤄/“소재 확대 반갑지만 지나친 과장은 위험” 지적도문단과 출판계의 이면세계나 풍토를 내부에서 부정적 시각으로 그려낸 소설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이진우(29)씨의 「적들의 사회」(서적포 간)를 시작으로 이인석(34)씨의 「열번째 디스컷」(솔바람 간),임청헌(37)씨의 「섬강에 그대가 있다」(고려원 간),김승효(36)씨의 「너의 날개가 수상하다」(타래 간)등은 인기작가 양성,베스트 셀러만들기등과 관련된 문단과 출판계의 파행구조,현실과 갈등,작가의 내면세계등을 다루고 있다.
특히 「적들의 사회」와 「열번째 디스켓」은 추리기법을 이용, 작가와 출판사 사장의 피살등 극단적인 상황까지 설정하며 문단의 일그러진 모습을 그리고 있다.「열번째 디스켓」은 표절과 광고공세등으로 베스트셀러를 조작하는 작가와 출판사 사장의 죽음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이들을 문화의 적으로 규정한다. 「적들의 사회」에서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문단 권력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는 이유로 그 권력에 의해 살해 당하는데 이 와중에 문학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문단과 출판사와 언론의 유착관계가 드러난다.
「섬강에 그대가 있다」는 대중소설 작가가 문단의 비뚤어진 눈길을 견뎌내지 못하고 결국 절필을 선언하며 이민간다는 내용이다. 일간지 문학담당 기자 등 문단 관련 일을 10년 동안 했던 작가는 『우리의 절름발이 문학동네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대중작가를 길러내는 데 실패했다. 대중작가가 대중의 교양적 가치를 고취시키고 삶의 따뜻한 위안을 느끼도록 하는데 인색했다』고 밝히고 있다. 「너의 날개가 수상하다」는 중소 출판업체의 현실과 어려움을 묘사했다.
이같은 소설들에 대해 문단과 출판계에서는 무분별한 광고 공세나 파벌주의등 고질적 병폐를 소재로 삼은 것은 좋으나 상업성을 의식해 출판계의 실상을 턱없이 과장하는 일등은 위험하다는 의견들이다. 창작과 비평사의 김이구편집차장은 『문학계도 다른 사회처럼 현실적으로 부조리가 있을 수 있다. 이 점을 짚어 소재를 다양화한 것은 인정할 만하나 기본적으로 문학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설가 이호철씨도 계간지 「한국문학」 겨울호의 권두언을 통해 기성 문단을 비판했다. 이씨는 『작금의 우리문단에는「신인장사」 「언론플레이」 「문단로비스트」 「정치꾼」등 해괴한 용어들이 횡행하고 「공정가격설」까지 나돌고 있다. 시인이나 소설가 간판을 일정한 액수를 주고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문단은 미증유의 혼란 속에 함입되어 있다』고 주장했다.【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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