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24일께… “휴일도 반납할판” 울상/전산실은 기술문제 등 걸려 부처일임 정부청사의 올 세모풍경은 전에 없이 어수선하다. 장관은 장관대로 개각을 앞두고 좌불안석이고 일선 직원들은 조직개편에 따른 정원축소라는 한파를 만나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모습이다. 행정공백상태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관가의 분위기는 지난 3일 정부조직개편이 발표된 이래 21일로 19일째 계속되고 있다.
관가의 이런 분위기는 20일부터 이삿짐을 꾸리기 시작한 과천청사에서 더욱 진하게 풍겨나온다. 부처통폐합으로 과천청사에서 모든 살림살이를 옮겨야 하는 부처만도 재무부 교통부 농림수산부 노동부등 4개로 입주한 부처의 3분의 1이 넘는다.
○비용 6억8천만원
총무처가 「부처이전 기획단」을 구성, 이달초부터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준비작업을 하고 있는 이번 이사는 이삿짐만도 4.5톤트럭으로 6백대에 달한다. 이사하기가 가장 힘들고 돈도 많이 드는 전산실은 옮기지 않는데도 단순한 이사비용예산만 6억8천만원이 넘는다.
이사를 하는 부처는 3동에 있는 재무부와 1동에 있는 농림수산부, 4동에 있는 노동부와 5동의 교통부가 각각 통째로 사무실을 바꾼다. 총무처는 이미 20일 법령집, 단순보관용 문서등 급하지 않은 서류들을 담을 박스를 부처별로 우선 5천개씩 지급했다.
총무처는 정부조직법개정안의 국회통과 절차가 끝나지 않아 정확한 이삿날을 못잡고 있지만 대체로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외에는 마땅한 날이 없다고 보고있다. 총무처측은 『지금까지 부처가 개별적으로 이사를 하는 경우는 있어도 이번처럼 4개부처가 한꺼번에 서로 사무실을 옮기는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며 『최소한 2일전에는 이삿날을 확정해야 계획대로 할 수 있는데 걱정이 태산이다』고 울상이다. 만약 D―DAY를 24일로 잡을 경우 자칫하면 4개부처의 공무원들은 휴일인 크리스마스때도 출근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조직개편으로 가뜩이나 좋지 않은 총무처에 대한 공무원의 여론이 더욱 나빠질 것같다는 우려에서다.
계획상의 이사일정은 이사전날까지 해당부처별로 짐을 모두 꾸린 뒤 이사당일 1백대가량의 10톤트럭과 고가사다리차를 동원, 야간작업을 통해 24시간내에 이삿짐을 모두 옮긴다는 것이다.
○업무회복 12일소요
책상·컴퓨터등 사무실집기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옮기지만 최소한 4만개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서류박스는 청사의 층마다 사무실의 창문을 해체해 고가사다리차로 옮기기로했다. 이삿짐센터 인부만도 3백명 이상이 동원된다. 1천2백30회선이 넘는 일반전화와 6백여선의 구내전화는 이사전날 1백명가량의 인력을 동원해 철거한 뒤 1개과당 1∼2개 회선만 우선 연결하고 나머지 회선도 연내에 모두 연결하기로 했다.
총무처의 계획대로 24시간내에 이삿짐을 옮긴다 하더라도 업무에 필요한 준비를 완벽히 갖추는데는 최소한 12일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정작 중요한 사무실 재배치, 국·실별 칸막이 설치, 컴퓨터전산망과 전화연결등의 후속작업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총무처는 이사를 하는 부처끼리의 사무실공간도 차이가 있어 사무실공간이 모자랄 경우 임시로 회의실등에 임시사무실을 차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총무처는 이번 이사에서 전산실에 대한 이사계획은 세우지 못했다. 부처마다 있는 전산실을 옮기는 작업은 컴퓨터라인 설치등 복잡한 기술문제가 얽혀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동시에 하기에는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전산실을 옮기는데 추정되는 비용은 이사비용보다 더많은 10억원대이다. 총무처는 전산실 이전문제는 부처별로 자체계획을 세워 하라는 입장이나 해당부처도 묘안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다.【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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