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는 통상 축제의 계절이나 물가상승의 계절이기도 하다. 정부는 해마다 이에 대비해서 특별대책을 세워왔으나 그다지 위력적이 되지 못했다. 올해는 정부조직의 개편등으로 행정이 상당기간 공백을 이뤄 물가상승의 연쇄파장을 촉발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물가란 일단 상승파동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인위적으로 제동을 걸기가 어렵다. 지난해말에 우리는 이런 현상을 봤다. 인상해줄 요인이 있는 것은 인상해 주겠다는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의 말에 이·미용업계와 요식업계등은 정부당국의 승인도 받지 않고 인상하기 시작, 물가상승의 파란을 일으켰었다.
이번에는 행정공백이 물가상승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정부가 서둘러 이미 발표된 조직개편을 매듭짓고 국정을 안정시켜야 하는 큰 이유의 하나는 물가안정이다.
물가안정, 특히 연말연초에서의 안정이 극히 중요하다는 것은 새삼스럽게 강조할 필요가 없다. 우리경제가 경쟁력을 갖자면 우선 물가안정이 구축돼야 한다. 그래야 임금·지대·금리등 생산요소가 저렴하고 이에 따라 제품도 싸서 국내외에서 경쟁력이 붙는다.
특히 연초에 물가가 뛰면 국민들 사이에 인플레심리가 크게 확산, 연초와 중반에 집중돼 있는 임금협상에 악영향을 미쳐 임금상승―물가상승등의 인플레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 정부는 지금 물가안정을 낙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지난 15일 철도요금과 고속도로통행요금이 각각 평균 5%, 3∼5%인상된 뒤를 이어 목욕·이발요금등이 일부 업자들 사이에 10∼20% 인상됐고 또한 상당수의 음식점들이 설렁탕등 대중음식값을 10∼20%씩 올렸다. 또한 사립대학등록금도 내년초에 예년과 같이 13∼17% 인상된다. 이밖에 버스업계가 18.6∼33.7%의 요금인상요구를 계획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교통과밀대책의 일환으로 당·정이 휘발유와 경유등 일부 기름가격의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라면업계도 원·부자재의 가격상승을 내세워 10∼15%의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물가는 올해보다 새해가 더 문제다. 한국은행, 한국개발원(KDI)등 주요경제기관들은 모두가 내년도 물가안정이 손쉽지 않을 것을 예고하고 있다. 팽창된 통화량,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승, 인건비 상승등을 물가안정의 위협요인으로 들고있다. 대부분의 예측기관들이 새해에도 올해보다 약간 저조한 7%안팎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고 물가도 올해와 비슷한 6%선으로 보고 있으나 하나같이 통화량을 수축시켜야 한다는 어려운 주문을 전제로 삼고있다.
정부의 물가정책도 이제는 시장경제의 원리를 존중하는 것이 불가피하므로 통제수단이 급격히 약화될 것이다. 서둘러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나 올 연초와 같이 교통요금, 전력·가스의 동력요금등 공공요금을 일시에 집중적으로 인상, 인플레심리를 부추기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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