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량으론 13위 “선진국 근접”/경제지표 좋아졌으나 사회지표는 낙후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세계 제15위, 교역량으론 세계 13위로 조사됐다. 아시아권으로만 국한한다면 우리나라는 두 부문 모두 4위에 해당한다. 1인당 국민총생산(GNP)은 세계 38위권이다. 이 정도 국부라면 우리경제의 세계적 좌표는 중진국보다는 선진국에 훨씬 가깝다고 해도 무리는 없다. 경제개발이 막 시작되던 지난 70년 우리나라는 경제규모(경상GNP)에서 세계 33위, 무역액 41위, 1인당 GNP는 80위에 불과한 확실한 후진국이었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세계속의 한국경제」에 의하면 92년기준 우리나라의 경상GNP는 3천57억달러로 70년(81억달러)에 비해 37배 늘어났다. 1인당 GNP는 2백53달러에서 7천7달러로 27배 증가했고 대외교역액도 28억달러에서 1천5백84억달러로 56배나 급증했다. 전세계 총교역액중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도 0.5%에서 2.2%로 높아졌다. 국가가 주도한 수출지향·고속성장드라이브가 만들어낸 놀라운 경제성장이 아닐 수 없다. 한은은 『이 정도 경제규모라면 96년 가입예정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소속 24개 회원국가중 9위권에 해당하는 경제력』이라고 평가했다.
산업별로도 일본에 이어 세계 두번째인 조선실적을 비롯, ▲철강생산 6위 ▲전력생산 15위 ▲발전능력 19위 ▲승용차생산량 8위를 기록했다. 경제의 「하드웨어」들이 일제히 세계상위권에 진입했음이 확인됐다.
하지만 경제규모의 양적 팽창속도에 비하면 국민생활의 질적 향상은 꽤나 늦은 편이다. 일상생활의 행복과 만족도를 나타내는 사회지표들을 보면 아직 선진국이 되기엔 멀었다는 느낌이다. 우선 물가상승률이 그렇다. 90년대들어 인플레율이 한자릿수(연 7.2%)로 낮아졌다고는 하나 2∼3%수준인 선진국및 경쟁국들에 비하면 여전히 두배나 높은 수준이다. 소득이 늘어난 만큼 물가가 올랐다면 주머니사정은 달라지는 게 없다. 50%를 넘는 GNP대비 교역액비중도 아직 우리경제가 얼마나 대외의존적인가를 나타내주고 있다.
주택보급률도 72.4%로 선진국(1백%상회)에 비해 턱없이 낮고 평균수명도 남자 67.7세, 여자 75.7세로 선진국보다 2∼5세는 짧다. 취학률(전문대이상)은 선진국보다 높은 40%이지만 교수 1인당학생수는 선진국이 10∼20명안팎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34명으로 집계돼 진학열기와 교육환경이 거꾸로 가고 있음을 드러냈다. 병상당 인구수도 선진국은 1백명이하인 반면 우리나라는 병상당 인구수가 무려 3백80명이나 돼 의료환경의 열악함을 나타냈다.
「화려한 경제지표와 초라한 사회지표」는 결국 20년간의 경제성장이 부국강병식으로만 흘러 국민후생복지에는 그만큼 소홀했음을 의미한다. 이 점에서 선진국에선 20%를 넘는 조세부담률이 아직 우리나라에선 18%대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매우 시사적이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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