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부 지원약해 성공은 희박/카라지치 변덕도 전망어둡게 지미 카터 전미국대통령이 보스니아에서도 「해결사」로서의 면모를 과시할 수 있을까. 카터는 18일 하오(이하 현지시간)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에 도착, 알리야 이제트베고비치 보스니아대통령과 유엔관리들을 만난 데 이어 19일중으로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와 회담을 가졌다.
그러나 카터의 중재가 성공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선 그의 보스니아행은 북한(6월)과 아이티(9월)를 방문할 때처럼 미국정부의 공감이나 지지를 얻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리언 파네타 백악관비서실장은 『그는 미국이 아니라 자신이 운영하는 카터센터를 대표하는 것』이라며 그의 방문이 「개인자격」임을 분명히 했다.
또 한 가지 결정적인 이유는 중재를 제안한 카라지치가 줄곧 약속을 어겨온 믿을 수 없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그가 평화협상에서 실질적인 양보를 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카라지치는 지난 14일 사라예보와 인근에서의 일방적 휴전등 6개항의 「평화안」을 내놓으면서 카터의 중재를 요청했으나 속셈은 다른 데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우선 카터를 중재자로 초청, 자신을 「평화 이미지」로 채색하면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등 5개 「접촉그룹」이 제시한 평화안을 끝없는 협상과정에 파묻어버리려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사태가 평화쪽으로 가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 유엔평화유지군을 보스니아에 계속 남아 있게 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유엔군이 떠나면 보스니아 정부군은 세르비아계에 대한 공세에 나설 것이므로 계속주둔을 통해 세르비아계가 확보한 영토를 굳힌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속셈을 드러내듯 카라지치는 세르비아언론에는 전혀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대세르비아를 위해 회교도를 박살내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이러한 양면성 때문에 카터를 만난 실라지치 보스니아총리는 『카터의 중재외교가 세르비아계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용당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카터도 카드가 별로 없다. 그는 보스니아대통령과 회담한 뒤 『앞으로의 협상에서 접촉그룹이 제시한 평화안을 제외한 다른 토대는 없다』고 밝혔다.
접촉그룹의 평화안은 보스니아 회교도와 크로아티아계가 보스니아영토의 51%를 갖고 세르비아계가 49%를 차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세르비아계는 지난 3년여의 내전에서 보스니아영토의 70%를 차지한 상태여서 이 안을 강력히 거부하고 있다.【이광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