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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내각」을 기대하며(장명수칼럼: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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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내각」을 기대하며(장명수칼럼:1758)

입력
1994.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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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임 2년이 채 안되는 김영삼대통령은 17일 네번째 총리로 이홍구통일부총리를 임명했다. 첫 총리였던 황인성씨는 10개월, 두번째 총리 이회창씨는 4개월, 세번째 이영덕씨는 8개월만에 자리를 떠났으니 이 정부의 총리들은 모두 단명이었다. 김대통령은 『인사가 만사』라는 말과 함께 『사람을 자주 바꾸는 것은 좋지않다』는 소신을 밝혀왔으나, 그는 지난 2년간 어떤 대통령보다도 총리를 자주 바꿨다. 역대 대통령별 국무총리 재임기간을 보면 이승만대통령 1년3개월, 박정희대통령 3년2개월, 전두환대통령 1년, 노태우대통령 1년, 김영삼대통령 7개월이다. 5공·6공때 총리를 너무 자주 바꾼다고 해서 「인재 소모」에 대한 비판이 일었는데, 김대통령의 지난 2년 기록은 그때보다 더 짧다.

 비단 총리뿐 아니라 고위직 공무원들이 너무 자주 바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장관직에서 물러난 사람들은 『장관 임기를 2·3년은 보장해줘야 뭔가 일을 해놓고 떠날 수 있다』고 말한다. 대개 요즘 장관들은 1년을 넘기고 물러나면 「단명」소리는 안듣는데, 『사실은 1년쯤 지나야 자신있게 추진할 일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하는 전직 장관들을 여러명 보았다.

 김대통령은 총리임명에 이어 곧 대대적인 개각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대적인 개각」이라는 말에 대해서 국민은 국정이 크게 쇄신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되지만, 막상 개각이 단행되면 인물선정에 만족하기 어렵다. 『저 정도의 인물을 고르느니 차라리 장관을 안바꾸는게 나았겠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므로 「대대적인 개각」이 거둘 수 있는 심리적 효과는 대개 별로 크지 않다.

 5공, 6공때 총리·장관이 너무 자주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새정부 출범후 대통령과 임기 5년을 함께 하는 총리·장관이 나오기를 기대했었다. 대통령이 초기에 좋은 인재들을 발탁하여 방탄용·쇄신용으로 그 인재들을 소모하지 않고, 「신한국 건설의 평생동지」로 나아가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든든하다.

 대통령은 이제부터라도 내각의 장수에 신경을 써야 한다. 어느 수준이상의 장관들이라면 사람을 바꾸고 싶다는 유혹보다는 국정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새인물을 발탁함에 있어서도 남은 임기를 함께 하겠다는 각오로 어떤 인연에도 얽매이지 않는 능력위주의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이홍구총리는 세계화와 통일과 정부조직 개편이라는 막중한 과제,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온갖 대형사고, 해묵은 공무원 비리로 혼미해진 나라를 확고한 현실인식과 사명감으로 직시해야 한다. 더이상 「단명총리」를 받아들일 시간이 없다는 것은 대통령의 과제일뿐 아니라 그의 과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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