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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진 나사를 조이자/조성호(데스크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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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진 나사를 조이자/조성호(데스크진단)

입력
1994.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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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북구청 지방세횡령사건이 터진 지 3개월여, 부천세금횡령사건 발생 2개월이 다 돼 가는 지금 전국 각지에서는 이와 유사한 세무비리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부의 합동특감반이 본격적인 감사에 들어간 뒤로는 각종 지방세 비리가 무더기로 적발돼 매일같이 터져 나온다. 한해를 접어야 할 지금 세무비리는 무한궤도를 가는 듯 끝이 보이질 않는다.○끝없는 세도행진

 연일 곳곳에서 비리사실이 꼬리를 물다보니 이젠 웬만한 세무비리는 지면에 등장하지도 못한다. 이래저래 올 한해는 세도들의 끝없는 행진으로 막을 내리게 될 것만 같다.

 세간에서는 요즘세상의 각종 부정적 상황을 두고 「나사빠진 사회」라고들 한다. 공무원이 나라행정운영의 생명줄인 세금을 거리낌없이 들어 먹고 사방에서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인륜·도덕에 배반하는 끔찍한 사건이 속출하는 무서운 세상이 된 것은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될 요체의 나사가 줄줄이 빠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수도 서울의 도심지대에서 어처구니없는 가스폭발사고로 주택가, 상가등이 불바다가 되고 십수명의 인명이 희생당한 끔찍한 사고도 정신적·물적 나사가 고장나 있었기 때문이다. 흡사 6·25의 전쟁폐허를 방불케하는 마포구 아현1동 사고현장의 모습을 보고 오죽하면 시중에 「마포사변」이라는 조소성 말까지 떠돌았겠는가. 성수대교붕괴, 충주호유람선참사의 교훈은 금방 망각상태에 있었다.

 세부비리, 가스폭발사고등은 모두 「나사」가 풀렸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의식의 나사가 병들고 행정·제도의 나사가 빠져 있고 양심의 나사가 마멸된 탓으로 비리와 부정과 부도덕·모순이 판치는 해괴한 상황이 끊임없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전개되는 각종 부정적 사건·사고들을 놓고 이는 지난날의 획일적 군사문화, 물질만능주의등의 적폐에 기인한 파괴적정서의 산물이라는 말이 무성한가 하면 현재의 위기관리능력과 행정의 탄력성이 결여돼 나사풀린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 둘다 옳은 지적일 수밖에 없다.

○과거탓만 할건가

 물론 세무비리의 경우처럼 대부분의 행위가 정치혼돈의 시기인 지난 정권하에서 저질러진 일이고 신정권이 사회개혁차원에서 감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비리가 뒤늦게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다는 사실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최근 감사에서 세무비리가 신정권 등장이후에도 계속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지난 정권의 업보로만 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국민이 낸 세금을 세도들이 아귀처럼 파먹는 행정의 엄청난 누수현상, 생명에 대한 경시와 안전의 불감증에 걸린 의식의 누수현상등 이 사회의 심각한 병리현상은 위기의 경종을 울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윗물의 비리」와 부정한 재산축적등 권력형비리가 한해를 시끄럽게 했었다. 올해는 세도들에 의한 「아랫물의 비리」가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결국 윗물, 아랫물의 비리가 총체적으로 이 나라를 병들게 한 셈이다.

○망국병 되기전에

 그러다보니 불신의 「냉소병」이 깊어만 갔다. 법을 고치고 제도를 혁신해도 불신이 가시지 않는다. 신뢰와 도덕의 위기상황이다. 

 이젠 더이상 한탄하고 냉소만 할 수는 없다. 냉소의 병이 더 깊어가면 망국의 병이 된다. 썩은 가지는 쳐내고 비리의 뿌리는 뽑아내면서 실종된 나사를 찾아 제자리에 끼워야 한다. 풀어진 나사는 빨리 조여야 한다.

 충격의 한해를 보내면서 빨리 「암울한 터널」을 벗어나 희망이 보이는 새해를 맞기를 선량한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전국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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