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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항모­중국 핵잠 10월 서해서 무력충돌 위기일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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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항모­중국 핵잠 10월 서해서 무력충돌 위기일발

입력
1994.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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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세싸움 치열한 신경전/함재기발진·대응출격 “아슬아슬”/중 “유사사태재발땐 공격” 경고도 미해군의 키티호크 항모전단과 중국의 퍼하이(발해)함대가 지난 10월말 황해에서 대규모 무력충돌 일보직전까지 간 아슬아슬한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0월27일, 한국 기항을 마치고 페르시아만으로 이동하던 키티호크전단에 중국 핵잠수함이 3백20까지 접근하면서 비롯됐다. 순양함 3척 프리깃함 1척 잠수함 1척등을 거느린 키티호크전단은 즉각 대잠함 초계용 함재기를 발진시켰다. 중국 핵잠수함의 동태를 감시하는 한편 미전단의 경계상황을 인지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

 출동한 미국의 대잠함 초계기는 이 과정에서 중국 핵잠함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인근 해역에 추적용 전파탐지기를 투하했다. 사태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 때부터였다. 칭다오(청도)에 본부를 둔 퍼하이함대사령부는 이를 자국 핵잠함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판단, 산둥(산동)반도 인근의 공군기지에서 수대의 전투기를 미대잠 초계기 주변으로 급파했다. 키티호크전단도 초계기 엄호목적을 위해 공대공미사일로 중무장한 최신예 전폭기를 발진시킴으로써 강력한 대응조치를 취했다. 황해 공해상에서 중국의 핵잠함을 둘러싼 양쪽의 파상적인 무력시위가 첨예화한 것이다.

 결국 중국의 핵잠함은 이틀뒤 칭다오로 귀환, 무력충돌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중국의 전투기들은 키티호크항모의 가시거리에서 경계비행을 계속하면서 미전단의 신경을 건드렸다는 후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이번 사건이 일과성 해프닝으로 치부할 사안이 아니라는데 있다. 이미 지난 9월에도 중국 핵잠함은 미해군함정과 조우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중국은 이번 사태가 종결된 직후 미국측에 동일 사건이 재발할 경우 공격명령을 내리겠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또한 근해상에서 소극적 방어개념에 입각해 온 중국해군의 전략이 적극적인 원양작전 개념으로 전환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는 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은 실제로 최근 2∼3년간 해군력 증강에 막대한 투자를 해 왔다. 해군력의 증강목적은 근해인 황·동·남해의 방위력을 대폭 강화하면서 작전반경을 태평양 인도양까지 확대하기 위해서이다. 이를 위해 한반도와 일본을 견제하는 임무를 수행중인 퍼하이함대는 뤼순(여순)기지 외에 랴오닝(요녕)에 추가로 해군기지를 건설중이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해역까지 작전반경을 넓히기 위해 남부 완산(만산)군도의 바이리다오(백력도)에도 대규모 해군기지를 확충하고 있다.

 이와 함께 향후 6∼7년내 러시아의 키예프급 5만톤규모의 항모 2척(척당 함재기50대 규모)을 건조하는 한편 원거리 작전능력을 지닌 루후급 구축함과 장웨이급 프리깃함 수십척을 실전배치할 계획이다.

 때문에 앞으로 막강한 해군력을 앞세운 중국과 태평양의 해상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대결구도는 더욱 확연해 질 전망이다. 특히 중국은 베트남의 통킹만에서 러시아해군이, 필리핀 수비크만에서 미해군이 철수한 뒤 생긴 태평양의 「힘의 공백」을 자국의 해군력 강화로 메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황해에서 발생한 미국과 중국간의 이번 무력시위는 장차 태평양 해양패권을 놓고 벌일 대회전의 예고편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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