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파트너야당검찰 모두 강경/총리,사임거부불구 올해못넘길듯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총리에 대한 검찰의 신문으로 이탈리아정국은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미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베를루스코니는 13일 뇌물공여혐의에 관한 검찰의 신문을 받은 뒤 『검찰의 신문은 아무런 증거도 없는 주장들에 근거한 것』이었다며 『결코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의 앞날이 그의 말처럼 평탄하리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집권연정 파트너들은 그와의 결별을 시사하고 있고 리라화의 환율까지 정국불안으로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몇개월동안 힘겨루기를 계속해온 검찰과 베를루스코니는 이번 신문을 계기로 최후의 결전에 접어든 느낌이다. 「사정의 영웅」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검사가 지난주 사임한 이후 반격에 나선 검사들은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며 베를루스코니를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베를루스코니의 혐의는 자신이 소유한 피닌베스트그룹 소속 3개업체가 탈세를 목적으로 지난 91, 92년에 세무공무원들에게 20만달러의 뇌물을 준 사실과 관련돼 있다. 검찰은 이미 지난 여름 부패혐의로 체포한 그의 동생 파올로를 신문해 이같은 혐의를 입증할 만한 비밀 은행계좌를 밝혀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집권연정내 불협화음도 베를루스코니를 궁지로 밀어넣고 있다. 베를루스코니는 『검찰조사가 증거도 없고, 증인도 없는 방자한 추론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지만 연정 최대 파트너인 「북부동맹」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북부동맹 소속 로베르토 마로니내무장관은 『베를루스코니없이 새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으며 움베르토 보시 당수는 13일 95년도 예산안이 통과하기만 하면 『연정은 붕괴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과도정부 구성을 지지하는 좌익및 중도 야당측도 이날 이에 호응, 예산안 수정안을 전격 철회해 조기통과를 추진함으로써 베를루스코니의 숨통을 더욱 조였다.
베를루스코니정부는 이에 맞서 마지막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동안 의회를 해산해 총선을 다시 실시하겠다고 위협하며 북부동맹을 묶어두려 했으나 여의치않자 이번에는 의회해산권한을 쥐고 있는 오스카 루이지 스칼파로대통령에 게 지원을 청하고 있다.
이제 베를루스코니의 사임이 문제가 아니라 그가 과연 올해를 넘길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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