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부끄러운사회” 이례긴 논고/법무사직원 “빨리 손뗐어야” 후회 13일 상오 열린 인천 북구청 세금횡령사건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구형에 앞서 이례적으로 긴 논고를 통해 이 사건을 「후진국형 독직사건」으로 규정하고 『문민정부자체에 대한 신뢰의 붕괴를 초래했다』고 피고인들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인천지법 103호법정에서 상오 10시부터 하오 2시30분까지 계속된 공판에는 1백50여명의 방청객과 보도진 20여명이 자리를 지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예상보다 무거운 형량이 구형되자 방청석 곳곳에서 탄식이 들렸으며 피고인가족들은 울음을 터뜨려 교도관이 법정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검찰은 최근 미국 세무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한국인에 대해 미국 판사가 「미국에서는 공무원에 대한 뇌물공여가 중범죄이나 한국에서는 세무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는 것이 관행으로 된 점을 참작, 가벼운 형을 선고한다」고 판결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참으로 부끄러운 우리 사회의 치부를 보여준 사례』라고 개탄했다.
○…주범 안영휘피고인은 공무원비리사범으로서는 처음으로 법정최고형인 무기징역이 구형되자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흘렸으며 『죄송하다는 말밖에 드릴 말이 없다』고 최후진술을 했다.
안피고인은 구속후 부천시 세금횡령사건이 터지자 『나는 이제 죽은 목숨』이라고 말하는등 중형 구형을 예상한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록피고인은 최후진술에서 『아내의 권유대로 10년전부터 교회에 다녔다면 이런 일에 가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뒤늦게 후회했다. 이피고인은 또 『구치소생활을 하면서 난생 처음 성경을 통독했으며 평생을 회개하는 자세로 살아가겠다』며 「관대한 처분」을 호소했다.
○…법무사 사무소직원 최재근피고인은 『92년 8월께 세금횡령에서 손을 떼기로 결심했으나 지키지 못했다』며 『그 때 검찰이나 경찰에 고발했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법정에 서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피고인이 최후진술에서 잘못을 인정하며 뉘우친 것과는 달리 전인천시 총무과장 문도식피고인은 끝까지 안씨에게서 받은 2천만원의 뇌물을 「아파트 대금으로 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피고인은 법정에서도 불만스런 표정으로 다리를 꼬고 앉아 교도관의 주의를 받았다.【서의동·정진황기자】
◎검찰논고문 요지
이번 횡령사건은 극히 이례적인 후진국형 독직사건으로 구청장 이하 상급자들조차 횡령금액의 일부를 정기적으로 상납받으면서 계속 세무과에 장기간 재직하도록 편의를 봐주는등 관련자 모두가 「총체적 부정부패 공동체」를 형성했다.
결국 이 사건은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워 공직자로서의 본분을 저버리는 공직사회의 기강해이와 부패한 공직자와 유착된 법무사사무소 직원들의 한탕주의, 공직자를 뇌물로 매수해 기업이익만 추구하려는 기업가의 부도덕한 기업윤리등 이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의식이 총체적으로 어우러진 범죄라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불행하게도 이 사건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넘어 충격과 분노를 자아내게 함으로써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은 물론 문민정부 자체에 대한 신뢰의 붕괴에까지 이르게 됐고, 박봉을 감수하면서도 묵묵히 사명을 다해온 대다수 선량한 공직자들을 배신과 허탈감에 빠지게 했다.
잡초도 그 작은 그늘에서 한알의 이슬을 지켜준다고 했다. 하물며 공복으로서 사명을 저버린 이 사건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추상과 같은 법의 심판만이 사심없는 공직윤리,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윤리를 회복하고 「부정부패의 잠복기」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개혁」을 완성해 국민이 다시 정부를 신뢰하고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문민정부의 탄탄한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임을 확신하면서 이 사건 재판이 그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거듭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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