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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의 마음(장명수칼럼: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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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의 마음(장명수칼럼:1755)

입력
1994.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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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상이라는 청년이 부모의 재산을 팔아 마음껏 쓰려고 부모를 살해했을 때 나는 그를 「우리가 키워낸 인간 괴물」이라는 칼럼에 썼다. 자수성가한 부모들이 온갖 호강을 다 시키며 키워낸 자녀들이 분별력 도덕심 인내심등 인간으로서의 덕목은 하나도 갖추지 못한 채 돈과 향락만을 탐닉하여 결국 부모를 죽이기에 이르렀으니 그가 「인간 괴물」이 아니면 무엇인가라는 한탄이었다. 얼마 후 한 어머니의 편지를 받았는데, 그 편지에는 내가 그토록 규탄한 「인간 괴물」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는 교회의 어머니들 모임에서 기도하다가 『박한상 같은 젊은이를 키워낸 우리 모두를 용서해달라』고 빌었으며 그 대목에서 어머니들이 같이 울었다고 쓰고 있었다. 부모를 칼로 난자하고 불을 질렀던 박한상은 참회의 기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뻔뻔스런 얼굴로 많은 부모들의 가슴에 또 한번 못질을 했었는데, 함께 기도하며 울었다는 어머니들의 마음에서 그 아픔을 읽을 수 있었다.

 부끄러웠다. 『너는 인간이 아니고 괴물이다』라는 한 마디로 박한상을 매도했던 나 자신의 단호함이 그 어머니들 앞에서 스스로 천박하게 느껴졌다. 죄인에게 돌던지는 일을 누가 못하랴. 인간을 인간이 아니라고 말했던 나의 칼날같은 단죄야말로 가장 비인간적인 행위라는 것을 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9일 천주교의 김수환 추기경은 서울구치소를 찾아 사형수 11명을 만나고 나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기를 포기했던 그들의 극단적인 행동은 당시 격한 감정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근본에는 누구에게나 선한 마음이 있으며, 계기만 마련되면 언제든지 선한 마음을 찾을 수 있다. 사형수들이 한과 원망을 품고 형을 받기보다는 깊이 뉘우치고 참 인간의 마음을 찾아 형을 받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에서 성탄을 앞두고 그들을 만나고 싶었다』

 지난 한 해는 유난히 흉악한 범죄가 많았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채 인간을 파리목숨처럼 죽이고, 사회를 향해 증오의 이를 가는 범인들의 모습에 몸서리 치면서 우리는 범인들이 품었던 몇 배의 증오를 그들에게 보냈다. 인간도 아닌 저런 흉악범들과 어떻게 같이 살아야 하는가라고 우리는 한탄했다.

 김추기경의 말처럼 우리는 「마음 속의 마음」을 되찾아야 한다. 흉악범들에 대해서 뿐 아니라 우리들 자신에 대해서도 「마음 속의 마음」을 생각해야 한다.

 인간을 인간이 아니라고 단죄하고, 세상이 왜 이 모양인가 분노하고 비판하던 칼날같은 마음 속에서 우리 본래의 마음을 찾아야 한다. 저물어가는 12월, 우리의 마음 속에서 또 하나의 마음이 고개들고 있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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