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통해 당대표 운신폭 확대/민정계도 “역학관계안정” 환영 김영삼대통령이 민자당을 보는 세계화의 눈은 뭘까. 정부조직개편작업에 이은 전면적 당정개편이 임박해 오면서 김대통령의 「민자당 구상」이 정치권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여권의 한 축인 정부조직과 진용을 새로운 컬러로 전면 개편한 뒤의 후속수순은 당연히 또 하나의 축인 당체제와 운영의 대대적 수술로 이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여권핵심부가 내년 2월 말께 전당대회를 열어 당대표의 경선문제를 포함, 지도체제의 변경을 신중히 검토하게 된 것은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한 마디로 『수십년간 고착화된 정부조직에 실질적인 경쟁원리를 도입하고 인선틀도 제로 베이스에서 출발하는 마당에 당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논리는 최근 민주계와 일부 민정계에서 제기하고 있는 「당대표 역할론」과 동전의 앞 뒤를 이루고 있다. 여권의 역학관계상 김종필대표의 운신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일련의 정국현안을 타개해 나가는데 당대표의 역할이 너무 미약했다는 것이 당내의 공통된 불만인 만큼 이제는 막연히 한계만 탓할 게 아니라 지도체제의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곧 당대표의 「실세화」 주장으로 연결되고 있다.
물론 『집권당에서, 그것도 대통령의 임기가 이제 중반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경쟁원리에 의한 대표선출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상당하다. 또 형식상 완전경선이라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민주계쪽으로 불공정 경선이라는 시비가 야기될 수 있고 후보군의 득표경쟁은 자연히 과열양상을 빚게 될 우려가 큰 데다 특히 김대표의 반발상황으로 전개될 경우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여권관계자들은 『경선으로 선출된 대표가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것은 과거의 틀에 박힌 생각』이라며 『문제는 여권핵심부가 김대표의 거취에 대해 어떤 결단을 내리는 것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역대 집권자와 다른 출생과 경험을 가진 김대통령의 당장악력은 지도체제의 형태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또 『경선이 김대표의 이해와 배치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세계화와 지방화로 일대 정치적 변혁이 예고되는 시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당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경선문제가 반드시 최선이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유력한 대안인 것은 틀림없다』고 전했다.
흥미로운 점은 경선체제 도입주장을 액면대로 보지 않는 사시가 당안팎에 적지 않음에도 불구, 몇몇 민정계 중진들이 이를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민정계중진은 『민주계 일부가 경선도입등의 당헌개정을 주장하는 의도를 모르는 바 아니나 어쨌든 현행 당지도체제에 뚜렷한 문제가 있는 만큼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오히려 역학관계의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표시했다.
하지만 내년 초 전당대회를 통한 지도체제 개편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해도 김대통령이 어떤 결심을 내릴 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김대통령은 최근까지도 이 문제에 관한 한 원칙적 언급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대표가 얼마 전 『패기와 지성을 갖춘 사람들이 이 시대를 짊어질 수 있도록 당대표로 있든 없든 마음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는 것과 맞물려 『이제는 사무총장등 당3역보다 대표역할이 한층 중요한 때』라는 「당대표역할론」은 갈수록 확산되는 추세다. 지자제선거에 앞서 대표경선등 지도체제의 일대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나 주요 당직 개편이 내년으로 연기되리라는 관측도 이런 흐름에 연유한다.【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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