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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말 분수령 안정책 세워야/호경기 언제까지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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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말 분수령 안정책 세워야/호경기 언제까지 갈까

입력
1994.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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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소비·인플레가 최대복병/정부선 “내용건실·세계경기 상승” 느긋/내8월 6순환 끝나… 과거교훈 되살려 「거품현상」 막아야 경기가 23개월째 확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1월 바닥을 치고 오르기 시작한 경기는 각종 경제지표로 볼 때 지금 호황의 절정임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이 호경기는 얼마나 더 오래 지탱될 수 있을까. 사후적 평가일 수밖에 없는 경기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정부는 이번 경기가 적어도 1년 이상은 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은 96년초,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도 최소한 95년 말까지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잠정적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근거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제조업과 설비투자, 수출의 「3두마차」가 이끄는 성장의 내용이 매우 건실하다는 것. 올들어 3·4분기까지 실질성장률은 평균 8%로 잠재성장률(7%)을 웃돌았다. 제조업가동률 80%대, 실업률도 2%대를 유지, 사실상 「완전가동 완전고용」 국면을 보이고 있다. 미래의 생산력을 비축하는 설비투자도 6년만에 최고수준을 기록, 이제 생산여건이 좀 나빠져도 경기에 관성이 붙어 확장기가 어느 정도 연장될 수 있는 힘도 생겼다.

 다른 하나는 세계경기호황이 최소한 내년(3.5% 예상)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다. 국제경기가 좋으면 세계적 상품수요가 늘어 우리나라로선 큰 수출증대효과를 누릴 수 있고 결국 국내호황기간을 더욱 늘릴 수 있다.  하지만 「내년까지는 확실한 호황」이란 낙관론을 뒤집어 보면 바로 「내년이야말로 확장의 계속이냐, 하강의 시작이냐를 가늠할 중대한 분수령」이란 결론이 나온다. 바로 내년 경제의 최대복병으로 등장한 과소비 내수과열 인플레조짐 때문이다. 정부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사실 과소비는 이미 시작됐다. 야금야금 치솟던 민간소비증가율은 3·4분기에 7.6%를 기록, 마침내 경제성장률(7.5%)을 앞질렀다. 소비재수입 도소매 매출액등을 보면 소비는 더욱 뜨거워질 게 확실하다. 물론 소비도 미덕이긴 하나 과소비→내수과열→물가폭등의 수순을 밟다 보면 결국 「거품」 외엔 남는 것이 없다. 소비가 이끄는 경기는 확장말기·수축초기의 징후다. 한국은행 김대한 금융경제연구소장은 『과소비는 인플레를 낳고 경제를 금세 끓었다 금세 가라앉게 하는 「냄비경기」로 만든다』고 말했다.

 아직 바닥권이지만 건설경기도 불안요인이다. 어차피 내년엔 건설경기의 반사적 상승에다 사회간접자본 투자같은 굵직한 호재가 즐비하다. 호황의 끝물에 건설이 불붙는다면 지표상의 경기확장이야 연장되겠지만 땅값 인건비 자재값의 폭등으로 결국은 거품의 소멸 속에 급격한 하강곡선을 그리게 된다.

 KDI 백웅기박사는 『경기엔 정해진 길이 없다. 어떤 정책을 쓰느냐에 따라 호황이 길어질 수도 짧아질 수도 있다』며 『인플레를 잡으려면 알찬 안정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정부도 내년 경제운용의 가닥을 긴축으로 잡았고 흑자재정편성에서 그 의지는 이미 표현됐다. 하지만 1백50억달러 규모의 외화유입이 가져올 통화증발압력을 견뎌낼 수 있을지, 숫자로 매일매일 표시되는 금리 환율을 희생하면서까지 통화긴축을 펼 수 있을지, 또 지자제선거를 앞두고 과감한 경기진정책을 쓸 수 있을지는 아직 미덥지 않다. 

 지금은 72년 이후 6번째 찾아온 경기확장기(제6순환)이다. 지금까지 평균 확장기는 31개월, 수축기는 19개월이었다. 물론 이번 호황기가 과거 확장기보다 길게 확실하지만 산술적 계산으론 내년 8월이면 평균 확장기간이 끝나는 시점이다. 제4순환 확장기(85년9월∼88년1월)는 3저를 바탕으로 건국이래 최대 호황이란 말까지 나왔었지만 노사분규와 임금상승압력으로 결국 「샴페인만 일찍 터뜨린」 결과를 가져왔다. 제5순환 확장기(89년7월∼91년1월)는 수출보다 내수, 생산보다는 소비, 제조업보다는 건설이 경기를 주도한 탓에 1년반만에 호황의 종지부를 찍은 거품경기였다. 하지만 제3순환 확장기(80년9월∼84년2월) 때에는 정치적으론 어려운 시기였어도 확실한 인플레억제책으로 무려 3년반이나 호경기을 끌고 갔다는 사실은 두고두고 음미해볼 만하다. 섣부른 진정책으로 건실히 살아나는 경기에 찬물을 부을 필요는 없지만 모처럼의 호황을 한껏 누리려면 내년은 고단위 안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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