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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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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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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을 방문한 대만관리가 여기저기 치솟고 있는 아파트를 보고 한국은 일을 참 쉽게 하는 것 같다고 말한 일이 있다. 대만은 아파트를 짓는 경우 도로건설등 기반시설을 한후 아파트건설을 시작하는데 한국은 반대로 아파트부터 먼저 짓고 나서 도로건설등을 하기 때문에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칭찬인지 비아냥인지 대만관리의 속마음을 알 수 없지만 그동안 우리는 개발우선정책에 따라 일의 결과를 중시해 순서를 무시해왔다. 대만관리의 지적대로 아파트만 해도 주택난 해결이란 차원에서 사람이 몸담을 공간확보에 우선점을 두고 이를 돌관작업으로 단시일에 완성했다. ◆자연히 공사의 완벽한 시공과 안전성은 생활을 뒷받침하는 제반시설과 함께 뒷전으로 밀렸다. 이같은 밀어붙이기 정책은 전시효과나 생활공간 마련이란 단기적 효율성에서 보면 우리의 고도성장의 밑받침이 됐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일처리방식의 부작용은 곪아터지고 있는 요즘의 각종사고가 증명하고 있다. 도면조차 제대로 구비돼 있지 않다는 아현동도시가스폭발사고가 그렇고 성수대교붕괴사고등 각종 부실공사 또한 그렇다. 「한국도 지난 30년간 고도성장이란 이름아래 정신없이 달려온 길을 뒤돌아보고 정비할 때가 됐다」는 것이 한국에 나와있는 많은 외국인들의 충고다. ◆이젠 우리도 선진국을 눈앞에 두고 사전준비를 충실히 하고 일의 단계나 순서를 차근차근 밟아가는 여유를 가질 때가 되지 않았을까. 빨리 걷는 걸음 멀리 가지 못한다는 말을 떠올려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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