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초조”… 야당은 “느긋”/“청와대시안 어떻게 건드리나” 냉가슴/민자/“중대사안 졸속 안될말” 점수만회 별러/민주 정부조직개편문제를 둘러싸고 국회에 다시 긴장이 감돌고 있다. 지난 2일 여당의 예산안 단독강행처리이후 다소 회생의 기미를 보이던 정기국회가 폐회 1주일을 남겨 놓고 또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여야는 협상이 쉽지 않을 것 같았던 WTO비준문제에서는 의외로 절충점을 찾아가고 있다. 10일 외무통일위 WTO심사소위에서 UR이행법안의 제정에 대체로 의견접근을 보았고 나머지 쟁점에 대해서도 앞으로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정부조직법 개정에 대해서는 여야가 아직 암중모색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자당은 김영삼대통령이 정부조직개편을 발표한만큼 이번 회기에 법안처리를 피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미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입법으로 뒷받침하지 못할 경우 공무원사회의 동요는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국가적인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는게 민자당측의 인식이다.
반면 민주당은 이번 개편이 졸속이라며 내년 1월 임시국회를 열어 심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소관상임위인 행정경제위의 위원장을 야당의원이 맡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 지연작전을 펴고 있다. 이른바 「우보」작전이다. 물론 야당이 여당의 절박한 사정을 모를리 없다. 합의가 안될 경우 다시 변칙처리를 하더라도 정부조직법개정안은 통과시켜야 한다는 여당의 입장을 이미 간파한 셈이다. 결국 여당을 압박해 정치적 성과를 거두거나 최소한 강행처리를 유도해 상대적 이익을 얻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대치상황이 계속됨에 따라 여당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WTO문제와 같이 절충점을 모색하지 않는 한 파행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한동총무는 최근 들어 거의 말을 잊고 지낸다. 정부조직법개정안의 절충가능성에 대해서도 『저쪽이 아무것도 내놓지 않고 있으니…』라는 말로 답답함을 표현한다.
여당입장에서는 야당이 절충안을 내놓아도 선뜻 협상에 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김대통령이 통치권차원에서 결단한 내용의 골간을 건드린다는 것은 여권의 생리에 비춰 볼 때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WTO문제와 같이 야당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여당에도 피해를 주지 않는 수준의 절충안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해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에 반해 야당은 비교적 여유있는 입장이다. 12·12투쟁과정에서 여당에 철저히 따돌림을 당했던 야당은 정부조직개편에 제동을 걸어 그동안 잃은 점수를 만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여당에도 흠집을 남김으로써 반사이익을 얻는다는 구도이다. 여당이 협상태도를 보일 경우 막바지까지 몰아붙여 최대한의 성과를 거두겠다는 전략이다. 대신 국가적 이해가 달린 WTO문제에 대해서는 신축적인 입장을 보여 강경이미지를 피해가고 있다.
민자당은 일단 야당의 저지전략에 정면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행정경제위의 김윤환 정재철의원등을 현경대 박희부의원등 「공격적인 인사」들로 교체했다. 아울러 민자당은 정부조직개편도 여론의 호응을 얻고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야당의 태도변화가 유일한 탈출구라는 인식이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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