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정치범 망명주선 거액착복/비밀경찰과도 한통속 혐의받아 지난주 베를린 지방법원 청사 2층 500호실. 단정한 은색머리에 근엄한 표정의 노인이 검사의 카랑카랑한 논고를 말없이 듣고있다. 노인의 이름은 볼프강 포겔(69).
그는 베를린장벽이 있던 시절만 해도 서독은 물론 동독에서도 이름이 났던 존경받는 인권변호사였다. 동독정치범의 서독망명을 주선하고 그들의 뒤를 돌봐줬기 때문이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기 얼마전 서독정부는 동독에 정치범들이 늘어나자 이들의 서독이주를 동독정부에 제안했다. 한사람에 얼마씩을 주겠다는 당근을 함께 내밀었다. 이 제안을 받아들여 동독정부는 총 23억달러를 받고 정치범 3만3천7백55명을 서독에 넘겨줬다. 그런데 포겔이 이 과정을 주선하면서 「한몫을 톡톡히 챙겼다」는 것이 이날 검찰측 논고의 요지다.
검찰측은 포겔이 당시 정치범 거래 주선과정에서 거액을 챙겨 백만장자가 됐으며 무시무시한 동독 비밀경찰 「슈타지」가 이주자(정치범)들을 협박해 재산을 헐값처분하거나 강탈하는 데도 포겔이 깊숙히 개입했다는 것이다.
포겔은 물론 억울하다고 맞서고 있다. 자신은 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만 관심을 쏟았을 뿐 슈타지와는 아무 관계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포겔은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다.【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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