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간의 거래가 역내 거래인가 아니면 역외거래인가. 역내거래는 국내거래와 동일한 것으로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그러나 역외거래는 외국간의 거래로 관세가 부과된다. 남·북한간의 거래가 어떻게 규정되느냐에 따라 남·북한의 교역 뿐만 아니라 미·북한 핵타결에 따른 북한내의 경수로 설치에도 한국에 큰 영향이 미치게 된다. 만일 역내교역이라는 것을 인정받지 못하게 되면 남·북한의 교역은 타격을 받게 될 뿐만 아니라 한국으로서는 경제적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한국의 혈맹국이고 북한과의 핵문제타결을 주도했던 미국이 남·북한거래가 역내교역이라는 한국측의 입장을 거부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한국은 처음부터 남·북한교역은 역내거래임을 주장해왔고 92년 남북한기본합의서에 이것을 명문화했다. 북한측도 이것을 수용했었다. 남북한기본합의서 제15조는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통일적이며 균형적인 발전과 민족전체의 복리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자원의 공동개발, 민족내부 교류로서의 물자교류, 합작투자등 경제교류와 협력을 실시한다』고 선언했다.
북한측이 지금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정부급 교역과 경제협력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내면적으로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역내교류로 추진되기를 희망한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측은 기회있을 때마다 『남·북한거래는 역내교역이 아니다』고 반대를 표명해왔다. 한국에서 90년 북한의 기근을 덜어주기 위해 민간단체가 북한에 「사랑의 쌀」을 보낼 때도 이의를 제기했었다. 미국측은 이를 한국이 쌀을 외국에 수출치 않겠다고 약정한 한미쌀협정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던 것이다. 미국은 역내교역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이처럼 인도적 차원의 쌀증여조차 인정치 않으려 했던 것이다.
북한에 설치키로 한 경수로문제에 있어서도 미국측은 한국형원자로가 설치된다면 관련 한국기업은 미국의 기술제공사인 컴버스천 엔지니어링사와 별도의 협상을 갖고 로열티(기술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에의 경수로설치를 외국으로의 경수로수출로 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국이 이처럼 완강하게 남·북한교역을 역내교역으로 인정하지 않는 데 대해 당혹함을 느낀다. 미국이 이기주의적 원칙주의를 벗어던질 것을 촉구한다.
사랑의 쌀도 그렇지마는 경수로의 경우는 미국도 상당히 져야 할 부담을 한국이 거의 송두리째 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EEC(구주공동시장)가 『동·서독교역은 역내교역이다』는 서독의 입장을 양해하고 이를 적극 수용했던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한다.
국회가 WTO이행특별법에 남북거래의 민족내부거래선언을 포함키로 한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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