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쌍둥이도 전혀 다르다. 지구상에 인류가 등장한 이후 똑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뻔한 이야기를 왜 하는가. 요즘 광고가 똑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어야 한다고 목청 높여 떠들어대기 때문이다. 기법의 발전이 눈부신 요즘 광고의 기본 재료는 섹스와 새로운 감각이다.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할 일은 이제 섹스밖에 없다고 말하기나 하려는 듯 많은 광고의 밑바탕에는 성이 깔려 있다. 요즘 광고는 또 사람은 저마다 남과 다른 개성과 독특한 감각을 지녀야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는 그런 식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일보의 장기시리즈 제목이었던 신세대가 어느 날 광고에 등장하더니 지금은 신세대를 넘어 X세대, XX세대, 미시족, 우모족등 새로운 말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런 말들을 새로 만들어 낸 광고업계는 「남과 전혀 달라야 하는 나, 한 순간도 똑같지 않은 나, 다른 아기와 같아서는 안되는 나의 아기」를 외치며 새로운 소비계층을 창출·조작하고 나만의 감각을 연출하라고 소비자들을 윽박지르고 있다.
TV드라마에서도 마마보이(계집애같은 남자)의 반대격인 이른바 파파걸(머스매여자)이 「톡톡 튀는 개성」을 전파하고 있다. 사람을 어려워하거나 의식하지 않으며, 걸핏하면 소리를 질러대고 돌출행동을 하는 극중인물의 파격성과 당돌함을 닮아가는 세대가 그래서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같다. 그런데 그 개성이라는 것들이 실제로는 복사된 개성이며 유행에 불과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한 순간도 똑같지 않은 사람들의 정서불안증세가 나는 걱정스럽다. 남들과 같지 않아야 한다는 의식의 전염도 은근히 걱정된다.
개성과 차별성의 강조가 사람은 모두가 다르므로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의 확산에 기여한다면 우리 사회를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현실은 그 반대인 것같다. 오직 나의 감각과 느낌만이 중요하다고 믿게 만들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개성, 남과의 차별성을 내세우는 톡톡 튀는 행동이나 광고의 유행은 일종의 덩달이시리즈현상이나 다름없다.
이런 신감각·개성강요현상에 대해 요즘 유행하는 말을 빌려 한 마디 해두고 싶다. 『됐네! 이 사람아』<기획취재부장>기획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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