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국제화, 세계화의 시대이며 동시에 지방화시대다. 세계화와 지방화가 함께 진행되는 이른바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의 시대다.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지역발전과 지방경제의 활성화가 국정의 중심목표로 강조돼왔고 아울러 세계화가 새로운 국가목표로 제시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세계화 지방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글러컬리제이션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되고 있는 셈이다. 내년의 지방자치제를 앞두고 쏟아져 나오고 있는 지방정부(지방자치단체)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시책들도 자율과 개방, 국제화와 세계화를 겨냥하는 한가지 방향으로 일관돼있다. 지방조직 개편에 초점을 맞춘 제2단계 정부조직개편도 지방화 세계화라는 대세와 흐름을 같이하는 것이다.○「글로컬리제이션」
지방화 세계화시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조직개편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조직개편은 필요한 조건이지만 충분한 조건은 아니다. 지방화시대가 세계화와 조화를 이루면서 순조롭게 전개돼나가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조직개편과 함께 시대의 흐름에 맞는 새로운 인재들이 필요하다. 새로운 조직과 함께 새로운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지방정부에 인재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의 경우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비해 더 우수한 인재집단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면도 있는게 사실이다. 국가경영에 참여해서 크고 작은 시책들을 입안하고 집행하고 그 결과를 평가도 해보면서 수십년간 경험과 경륜을 쌓고 국제회의 같은데 자주 참가해서 감각도 익히고 국제기구 근무나 연수등을 통해 몸으로 「세계」를 체험하고 하는 면에서 중앙정부 공무원들보다 지방공무원들이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게 사실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의 정부조직개편으로 자리를 잃게 되는 중앙경제부처의 국과장급 엘리트 관료들은 지방정부로서는 더 없이 귀중한 인재들이 될수 있다. 이들은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글로컬리제이션시대를 이끌어갈 지방화의 새로운 기수로서 훌륭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새로운 인재필요
우리나라에서도 과거에 고위경제관료들을 과감히 도백으로 기용해 좋은 성과를 얻었던 사례가 더러 있었지만 일본같은데서는 경제관료의 지방순환근무가 제도적으로 정착돼있다. 일본의 지방자치제가 지방경제의 눈부신 발전과 짝을 같이하면서 순조롭게 굳건한 토대를 굳힐수 있었던 것은 이들 『하방』경제관료들의 공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굳이 남의 나라얘기를 할것도 없이 가령 강원도나 제주도 같은데 중앙부처의 경험 많은 엘리트 경제관료들이 대거 투입돼서 관광으로 특화된 도단위 경제개발계획을 세우고 특성에 맞는 지역개발계획을 마련해서 조직적 체계적으로 집행해나간다거나 개방특구 같은 과감한 발상으로 획기적인 지역경제활성화를 추진한다든지 한다면 지방뿐 아니라 전체 국가경제발전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인천과 부천에서 세도들의 온상이 됐던 엉망진창인 세무행정의 난맥상도 이들이라면 좀 다른 결과를 기대해볼수도 있었을 것이다. 지방정부뿐만 아니라 교육부나 보사부등 중앙부처나 서울시 같은데도 경제관료들이 대거 투입돼서 경제마인드를 심어주고 경쟁이 무엇이라는 것을 가르쳐줄 필요가 있다. 서울의 교통문제 환경문제 주택문제 같은 것들은 중앙정부 차원의 경험과 경륜이 절실한 곳이라고 할수 있다.
○중앙관료의 「하방」
이번 조직개편으로 경제기획원과 재무부에서만 국장자리 7개 과장자리 30개가 없어지게 됐다. 국과장급 중견간부의 3분의 1가량이 졸지에 자리를 잃고 할일을 잃게 된 것이다. 재무부 기획원이라면 고시출신중에서도 최고 수재들이 모여있는 공직사회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일급부처다. 이런 부처의 국과장들이라면 검증이 끝난 「세계화」의 인재들이라고 할수 있다. 국가가 오랜 세월에 걸쳐 길러낸 아까운 인재들을 실의와 좌절속에 방치해두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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