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으로 냉가슴을 앓는 이들이 비단 해당부처 공무원들만은 아닌 것같다. 자의든 타의든 오랜 세월 정부의 뜻을 충실하게 따라온 금융계 사람들도 관계를 강타한 이번 조치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하고 안절부절못하기는 결코 관리들 못지않은 눈치다. 정부조직개편에 제3자가 이토록 좌불안석인 까닭이 무엇인지 한 금융계인사에게 물어봤더니 그는 『정책보다는 사람의 문제』라고 말했다. 재무부 아닌 재정경제원하에서 금융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초미의 관심사이긴 하나 그 보다는 조직에 메스를 대면 인사후유증이 생길테고 결국 경험상 자신들이 그 배출구노릇을 할 것이 뻔하다는 얘기다.
사실 이번 조직통합·축소로 정부는 이제 자기식구들을 내쫓아야 할 판이다. 비리가담자들도 아닌데 무작정 해고나 대기발령을 내릴 수는 없고 결국 적당한 하부기관에 자리를 만들어주는게 정부로선 가장 합리적인 교통정리방식일 것이다.
민간기업이지만 긴 관치금융시대를 거치면서 어떤 정부출자기관보다도 가장 확실한 정부의 인사수용기관 역할을 했던 금융계로선 이번에도 집중적인 「낙하산인사 세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기관장 임원 감사등 몇자리는 정부몫으로 남겨두어야 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하지만 자체 인사적체도 심한데 무조건 자리를 내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정부요구를 거절할 수도 없어 금융계는 『조직개편도 스스로 한만큼 인사문제도 정부 스스로 풀어가길』바라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반대로 퇴직관리가 진짜 유능해서 꼭 모셔오고 싶은데 「외부영입은 무조건 나쁘다」는 여론과 직원정서때문에 오히려 인재를 놓치는 경우도 생길 것 같다. 조직개편을 거사한 사람들이 과연 조직자체뿐 아니라 그것을 구성하는 사람의 문제까지 심사숙고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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