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여건 개선 소홀땐 도태… 책임도 함께/수용능력 과대평가·마구잡이 증원 우려도 교육부의 대학자율화방안은 자율에 배치되는 제도적 걸림돌을 제거하는 대신 대학에도 적자생존의 경쟁원리를 도입, 엄정한 책임을 지우겠다는 의지를 내포하고 있다. 정원조정권이 대학에 환원되는것은 61년 군사정부 출범이후 30여년만이며, 학기구분·학점기준등 학사운영전반에 걸친 규정폐지는 정부수립후 처음이다.
이번 조치로 대학이 정원서부터 학사업무까지 자율로 결정할수 있게됨으로써 대학구성원 모두가 교육여건개선을 위해 총력전을 펴지 않는한 장기적으로 시장경제원리에 따른 도태가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어떤 의미에서는 정부의 규제가 오히려 보호장치가 되어온 일부 중하위권 대학들은 이제 「안전판」이 사라져 생존경쟁을 해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놓일 수도 있게 됐다. 말하자면 대학에서도 무한경쟁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교육부의 이번 조치는 최근 교육개혁위원회가 제시한 자율화일정보다도 크게 앞당겨진 것이다. 교개위는 96학년도에 전체대학정원의 10%를 자율화하고 이후 교육여건지표기준을 상회하는 대학으로 점차 자율화폭을 확대한뒤 2천년을 완전자율화 목표시점으로 제시했었다. 김숙희교육부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계화에 대비, 대학이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규제를 풀어 자생력을 기르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육계 일각에서는 실시시기와 자율의 폭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교육당국이 대학의 자율수용능력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있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오랫동안 규제와 타율에 길들여져온 우리 대학들이 이같은 거의 전면적인 자율을 감당해내겠느냐는 것이다. 당분간 상당수의 대학들이 서울대등 일부 명문대의 변화를 모델로 삼는 현상이 이어져 대학의 건학이념과 특성을 살린다는 자율화의 당초 취지가 희석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 사회적 인력수급수요와 상관없이 대학간의 무분별한 증원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베제하기 힘들다. 교육부가 감사와 재정지원등의 수단만으로 이를 효과적으로 제어할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이밖에 당분간 정원조정의 기준이 될 교육여건지표의 객관성 확보도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즉 대학의 양적측면뿐 아니라 질까지 평가할 수 있도록 보다 정교한 측정모델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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