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자 칼럼에서 한 어머니가 직업을 가진 며느리와 딸을 위해 자기 집에 탁아소를 열면 어떨까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소개했는데, 실제로 「할머니 탁아소」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운동의 주창자인 원종선씨(50)는 여성단체등을 통해 50대·60대 여성들에게 유아교육 특강을 하고 있고, 그 자신도 동부이촌동 아파트에서 작은 탁아소를 열고 있다. 자녀들을 어느 정도 키운후 대학원에 진학하여 유아교육을 공부했다는 그는 유치원을 열려던 계획을 바꿔 영아 탁아 운동을 벌이게 됐다고 한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에 젖먹이 아기들을 맡아주는 탁아소가 없어서 일하는 어머니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또 유치원 이전에 영아기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한 여성이 사회활동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다른 한 여성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며느리나 딸이 직업을 가졌을 경우 어머니가 기꺼이 손자를 키워 줘야 하고, 아기키우기의 프로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젖먹이 아기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따듯한 환경에서 고정적인 사람과 안정된 관계를 유지하며 성장하는 것인데, 일하는 엄마들이 아기를 이사람 저사람에게 맡기는 것을 할머니의 입장에서 못본척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원종선씨는 할머니들을 아기키우기의 프로로 만들기 위한 특강에서 현대적인 육아지식을 가르쳐 주면서 할머니들이 자기 손자 이외에 다른 아기도 하나 둘 맡도록 하고, 아기를 돌보는 시간에는 유니폼을 입으라고 권한다. 탁아료를 받고 다른 아기를 맡아야 프로의식과 책임감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할머니들은 자기자신이 아기를 키워 본 경험이 있을뿐 아니라 젊은 엄마들이 갖기힘든 지혜와 어린 생명에 대한 깊은 사랑을 갖고 있으므로 아기키우기에서 가장 유능한 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원씨는 50대·60대의 뜻맞는 친구나 이웃끼리 힘을 모아서 우선 두세명의 아기들을 맡아보라고 조언한다.
그 자신은 40평짜리 아파트에서 60대 여성 한명, 오전만 일하는 유아교육 전공자 한명, 하루 두시간정도 도와주는 자원봉사자 한명과 함께 5명이내의 아기들을 받아들이고 있는데, 탁아료로 인건비가 해결되면 만족이라고 한다.
낮시간에 혼자 집에 남아 외로워하는 주부들, 소외감을 느끼는 노인들, 일하는 며느리나 딸이 딱해서 손자들을 키워주고 싶으나 혼자힘으로는 엄두가 안나는 할머니들은 이 운동에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유능한 프로가 될 수 있는 자질이 있는데, 할일이 없다고 쓸쓸해 할 필요는 없다.
요즘 할머니들이 손자봐주기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며느리나 딸이 어머니를 「한없이 봉사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기 때문인데, 어머니를 프로로 존중하고 물론 탁아료도 지불해야 할 것이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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