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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만·늑장82분」 사고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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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만·늑장82분」 사고키웠다

입력
1994.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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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동 가스사고/경보­폭발­밸브차단 “마의시간”/핑퐁식통보에 현장 이미 폐허로/고소식 접하고도 뒤늦게 순찰 도심 주택가를 불바다로 만든 서울 마포구 아현동 가스폭발사고도 안전에 대한 무신경과 늑장대응이 부른 참사였다.

 엄청난 위험을 안고 있는 도시가스 공급기지를 관리·점검하는 한국가스공사등 관련회사들은 가스폭발 사실을 통보받고도 마치 남의 일처럼 안이하게대응했다. 폭발직전 41분동안 중앙통제소의 경보기가 울렸는데도 묵살했고, 사고후 41분이 지나서야 합정, 군자기지 밸브를 잠가 폭발위력을 키웠다.

 가스공사와 한국가스기공등 4개회사 직원 7명으로 구성된 합동점검반은 7일 하오 2시5분 아현기지에서 점검작업을 시작한다고 안산 중앙통제소에 보고했다. 이때 이미 주민들은 『가스 냄새가 난다』며 집안의 가스밸브를 잠그는등 소동이 벌어졌다.

 2시11분께 중앙통제소에 현장과 연결된 가스누출 자동경보가 울렸다. 그러나 통제소는 2시25분께 현장에 무전연락을 했다가 『가스가 조금 샜다』는 말을 듣고 안전점검중 흔히 있는 일로 치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통상 가스 누출경보가 10분이상 계속되면 위급상황으로 처리해야 하는데도 무시한 것이다.

 약 41분이 지난 하오 2시52분께 첫 폭발과 함께 통제소와 현장간의 통신이 끊겼다. 통제소의 한 직원은 『기지와의 연락두절이 가끔 있는 일이라 사고가 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3분뒤인 하오 2시55분 마포경찰서 상황실이 가스안전공사로 사고발생을 긴급 통보했다. 가스안전공사는 2시57분께 민간업체인 서울도시가스 상황실에 『관할 구역에 사고가 난 것 같으니 확인해보라』고만 알렸다.

 이 사이 긴급대응을 지휘해야 할 중앙통제소는 3시께 통신두절 원인을 파악토록 지시, 3시9분께까지 통신선로만을 점검하고 있었다. 서울도시가스의 조사팀은 3시9분께 현장에 도착, 대형사고를 확인하고는 3시15분께 『배관이 터져 사고가 난 것 같다』고 통제소에 보고했다. 통제소는 그제서야 아현기지안전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가스기공에 순찰반을 현장에 보내도록 지시했다.

 이에 앞서 한국가스기공도 3시4분께 라디오방송을 통해 사고 소식을 접했다. 그러나 이들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통제소의 지시를 받고서야 순찰반을 내보냈다.

 이어 가스공사는 가장 급히 해야할 가스공급 중단조치를 취하는데도 늑장을 부렸다. 통제소는 사고보고를 받은지 13분이 지난 3시28분께 『엄청난 화재다. 밸브를 차단하라』는 서울도시가스 조사팀의 긴급보고를 받고 밸브를 차단했다.

 대형참사를 알리는 경보가 경찰―가스안전공사―서울도시가스―중앙통제소―가스기공으로 한가롭게 전달되는 동안 아현동 일대는 이미 아수라장속에 폐허로 변하고 있었다.【박천호·장학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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