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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뒤흔든 가스재앙(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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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뒤흔든 가스재앙(사설)

입력
1994.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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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도시가스폭발사고가 서울의 도심을 대낮에 또 기습했다. 서울 아현동 주택밀집지역 일대는 지하 1·5에 매설된 도시가스저장소의 관이 터지면서 불기둥이 50나 치솟았는가 하면 반경 3백여 일대가 마치 공습을 받은듯 불길에 휩싸이며 50여명이 사상당하고 50여채의 주택이 불타는등 아수라장을 이뤘다니 어이가 없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같은 참사가 수도 서울을 계속 강타할 것인지 탄식과 분노를 가눌 길이 없다. 아울러 1천만명이 넘는 시민이 사는 거대도시 서울이 얼마나 온갖 위험과 위기 속에 무방비로 방치 노출되어 있는 지가 새삼 실감되고 있다 하겠다.

 구체적이고 정확한 사고원인이야 앞으로 정밀조사로 밝혀지겠지만 오늘의 혼란스럽기만 했던 사고상황과 경과만으로도 이번 대폭발참사의 문제들이 이미 드러나고 있다고 하겠다.

 먼저 서울의 대부분인 83만가구에서 필수적 생활연료로 쓰고 있는 도시가스의 저장·공급·관리체계부터가 엉망임이 이번 사고로 더욱 분명해졌다. 문제의 아현저장소 겸 밸브기지가 인근주민들조차 모르는 가운데 주거밀집지역의 지하 불과 1·5에 설치되어 있었다는 게 말이 되는가. 더구나 가스누출 밸브를 가스공사등 관계책임업소의 직원들이 손질한다는 게 오히려 폭발을 유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게 아닌가.

 그같은 사실들이야말로 가스중간기지의 입지잘못등 원초적 부실은 물론이고 관리와 비상사태대비태세등 모든 부문에서 엄청난 문제가 있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서울에만 대형 도시가스저장소가 7개소나 있고, 밸브기지는 무려 27개소에 이른다고 알려지고 있다. 그게 사실이고 서울 대부분의 가구로 거미줄처럼 뻗어 있을 가스관을 생각하면 수도서울 시민들은 모두 눈을 감은 채 거대한 가스폭발물 위에서 불안에 떨며 살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평소 가스저장소나 기지의 존재는 물론이고 비상시 대피요령조차 숙지되지 못해왔다면 서울시민들이 얼마나 하찮게 대접받아왔다는 것인가. 그런 태세로 어떻게 시민협조 속에 안전을 도모하겠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조차 없다 하겠다.

 시민들로서는 이제 어디 한 군데 믿을 곳이 없다. 공직자들의 복지부동에 겹쳐 공익업체근무자들의 태만과 안전경시마저 이처럼 앞다퉈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다리·지하철등만 문제가 아니다. 땅 속의 도시가스야말로 더 무섭다. 정부당국은 이제라도 철저한 원인조사와 함께 특별대책기구를 마련해서라도 도시가스공급 및 관리체계를 근원적으로 재점검하고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토록 대수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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