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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두고 싶은 책/유주석(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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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두고 싶은 책/유주석(메아리)

입력
1994.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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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년반 사이 서울에만 1천8백여개, 전국적으로 6천개가 넘는 책대여점이 새로 생겼다. 이 중 체인가맹점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3분의2 이상이라고 한다. 책유통업계의 신업태 바람이다. 5평에서 15평내외까지 규모에 2천∼6천권의 책을 갖추고 단행본 한권에 5,6백원, 잡지류는 1천원 정도로 사흘에서 일주일씩 빌려준다. 소설 한 권을 살 돈이면 10권정도 빌려 볼 수 있으니 사람들이 모여들고 장사가 좀 된다는 소문에 대여책방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과거 책돌려읽기 국민독서운동등을 생각할 때 대여책방이 많아지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책대여점 체인들이 짧은 기간에 난립양상을 보이면서 상호 덤핑경쟁의 조짐과 함께 출판업계, 기존 책유통업계와 심한 마찰을 빚고 그 영향이 바로 대여점 이용자들에게 미치고 있다. 유명 월간지나 일부 대형 출판사의 책을 대여점에서 빌려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빌릴 수있더라도 이런 책들 표지에는 대개 「이 책은 유료로 대여할 수 없습니다」는 경고문을 써넣고 있다. 현행법에 책대여업에 관한 명문규정이 없고 따라서 경고문의 법적 효력은 없다지만 돈 내고 책 빌려보는 일이 불법행위를 하거나 돕는 것같은 찜찜한 생각이 들게 한다. 책 소비자인 독자들로서는 사서 두고 보아야 할 책은 사고, 한번 읽고말 책이면 싼값에 빌려 볼 수 있게 선택권을 갖는 쪽이 좋다. 그런 점에서 기왕에 생겨난 대여점체인업체들과 출판사들이 생존을 걸고 정면충돌해 어느 한쪽이 부실해져 제 구실을 못하게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소비자를 의식한다면 어떤 타협을 이룰 만도 하다. 대여점이 늘어나면서 가장 피해가 컸던 여성잡지류가 지면수를 크게 줄이고 값을 7천원대에서 3천원내외로 내리는 빠른 대응으로 나가고 있는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여성지는 이제 사서 읽을 만하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데 성공하고 있다. 대여점 급증의 최대피해자는 더 이상 여성지가 아니라 이른바 「재야 베스트셀러」라는 흥미위주 소설류라고 한다. 문단에서야 외면하지만 「많은 독자」를 자랑하는 이런 책들은 대여점의 최고 인기품목일지언정 많은 독자가 곧 많은 판매부수로 연결되지는 못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내용은 같되 장정이나 지질이 다른 종이를 써 판매용, 대여용을 따로 만드는 것도 출판업계의 또 한가지 대응방안일 수 있다.

 그러나 출판업계가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길은 사서 두고두고 읽고 싶은 좋은 책을 만드는 일이다.<생활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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