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만 백13명 목숨끊어/학교도 보호무신경 비난빗발 『내가 똑똑하게 굴었으면 놀림받는 일은 없었을 텐데… 집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했어요. 좀더 오래 살고싶었는데 아빠 엄마 죄송합니다』
일본에서 최근 학우들로부터 3년동안 끊임없이 구타와 놀림을 받고 금품을 빼앗겼던 중학 2년생이 유서를 남긴채 목을 매 자살한 사건을 둘러싸고 비난 여론이 들끓고있다.
집단성과 단체규율을 중시하는 풍토때문에 교내폭력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본사회이지만 어린 소년이 급우들의 계속되는 조직적인 학대에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번 사건은 상당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학교교육에 경종을 울리며 자살한 소년은 아이치(애지)현 니시오(서미)시의 시립중학 2년생인 오쿠치 기요시(대하내청휘·13)군. 그는 지난달 27일 장문의 유서를 남기고 집뒤뜰의 나무에 목을 매 숨진채 발견됐다.
16절지 4장분량의 이 유서에서 오쿠치군은 4명의 급우가 지난 3년동안 툭하면 자신을 때리고 강물에 머리를 처박는가하면 팬티차림으로 화장실에 들어가게 하는등 집요하게 괴롭혀왔으며 특히 2년전부터는 많을 때는 6만엔(48만원), 적을땐 3만∼4만엔의 돈을 요구해왔다고 학우들의 학대를 고발했다. 또 유서를 쓴 날에도 4만엔을 빼앗겼으며 그동안 빼앗긴 돈만 해도 3백만엔(약 2천4백만원)에 달한다고 폭로했다.
학교측의 자체조사결과 오쿠치군을 괴롭힌 학우는 4명의 동급생을 포함, 모두 12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은 금품을 요구했을 뿐 아니라 자전거를 훔치도록 시키는등 도둑질까지 강요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오쿠치군의 얼굴에 자주 멍이들고 통학용자전거도 망가졌으며 팬티바람으로 체육관등에서 발견되는등 동료들로부터 폭행과 놀림을 당한 정황이 뚜렷했는데도 이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학교측의 무성의와 무신경에도 비난의 화살이 쏠리고 있다.
무라야마(촌산)일총리도 교내폭력의 심각성에 충격을 받은 듯 유사사건 재발방지대책을 세우라고 문부성에 긴급지시했다. 일본 법무부도 이 문제가 단순한 자살이라기보다는 심각한 인권침해사건에 해당한다고 보고 경찰수사와는 별도로 독자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학교에서는 이같은 「이지메」사건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어 교육당국의 골치를 아프게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오카야마(강산)현의 중학3년생이, 6월에는 아이치(애지)현의 고교1년생과 도쿄의 중학3년생이 각각 자살하는 등 교내폭력에 참다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 그 심각성과 폐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지난 한해동안만 해도 10대학생 1백13명이 급우들의 집단학대나 교사들의 처벌등 교내문제로 자살한 것으로 집계됐다.
92년의 교내폭력사건수 2만3천2백28건(전년대비 1천여건 증가), 93년의 등교거부자수 6만여명이라는 일본문부성의 통계는 경제대국 일본의 교육위기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도쿄=이창민특파원】
◎「이지메」란/따돌리기등 집단적 학대행위/신체·정신적 결함학생이 표적
이지메란 놀림, 학대라는 뜻으로 사회적으로는 동료나 학우에 의한 따돌리기, 구타등의 집단적인 학대행위를 일컫는다. 특히 학교에서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는 학생이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으며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나 외국에서 생활하다 온 소위 「귀국자녀」도 좋은 표적이 된다.
교육전문가들은 이같은 학교에서의 이지메를 『남보다 뛰어나거나 모자라거나 독특한 개성을 가진 사람을 평균치로 만들어 버리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일본인의 집단의식의 발로』라고 해석하고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