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승용차사업 진입을 사실상 허용키로 당국의 방침이 전격 번복된 과정은 앞으로 정책이 일관성을 잃은 대표적 사례로 두고 두고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 당국의 입장이 가장 뚜렷이 드러난 시기는 지난 4월이다.
당시 산업연구원(KIET)은 보고서에서 『스카우트파문과 부품업체 교란등 부작용이 엄청나 진입허용 결정을 3∼4년 유보하거나 유예하는게 바람직하다』며 상공자원부의 결정방향에 대해 미리 애드벌룬을 띄웠다.
보고서가 나오자 삼성측은 닛산과의 기술도입계약을 곧장 발표하면서 승용차사업 진출을 공식화하는 「맞불작전」으로 맞섰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김철수(김철수)장관은 사석에서 『삼성 이건희(이건희)회장에게 반도체등 전자산업에 더 열중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허용불가방침을 확실히 비쳤다.
상공부 실무자들에 의하면 당시 신고서제출여부와 관계없이 공식입장(승용차사업 진입불가)을 밝히려 했으나 마지막 순간 고위층의 제지로 발표를 미뤘다는 주장이다.
삼성측은 이때부터 주무부처 설득을 아예 포기한채 지역정서 부추기기와 정치권으로 우회 돌파작전에 전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허용방침이 굳어지자 실무관계자들이 『차라리 사표를 쓰는게 낫겠다』고 울먹일 정도로 상공부 실무라인의 불가방침은 확고했다.
반면 그동안 기회있을 때마다 『승용차 문제는 나에게 맡겨 달라』고 강조하던 김장관은 갑자기 사람이 달라진듯 『기술도입 신고만으로 신규진입을 제한하려는 시도 자체가 무리였다』고 얼버무렸다. 담당국장은 『삼성이 92년 상용차진출때 승용차사업엔 뛰어들지 않겠다고 각서를 쓴 적이 없다』며 『이번에 이행각서를 받는 것은 도덕적 차원의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도덕성을 담보로 승용차진출을 거의 손에 넣은 삼성 입장에선 「시련」은 있었지만 정부의 정책일관성 실종 덕을 톡톡이 보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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