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때 수혈감염 두자녀 옮아/“나같은 희생 그만” 활발한 운동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환자로 에이즈퇴치운동에 헌신해온 미국의 엘리자베스 글레이저씨(여·47)가 3일 에이즈합병증으로 끝내 숨졌다.
엘리자베스는 한국에서도 방영됐던 수사극 「스타스키와 허치」를 연출한 폴 마이클 글레이저감독의 부인으로 이미 6년전 장녀를 에이즈로 잃고 장남도 에이즈 투병중이어서 미국인들로부터 깊은 동정을 사왔다.
그녀의 가정에 악몽이 덮친 것은 지난 81년. 로스앤젤레스의 시나이병원에서 장녀를 출산하면서 출혈이 심해 수혈을 받은 것이 불행의 씨앗이었다. 이후 그녀는 수혈로 에이즈에 감염될 수 있다는 기사를 보고 걱정이 돼 의사에게 문의했으나 의사는 수혈로 인한 감염가능성은 희박하다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4년후인 85년 그녀의 4살난 장녀에게서 심상찮은 증세가 나타나 온가족이 에이즈검사를 받은 결과 남편만 빼고 그녀자신 및 1남1녀의 온가족이 양성반응자로 나타났다.
그녀는 이같은 희생자를 줄이기 위해 지난89년 이 사실을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공개한 뒤 에이즈퇴치운동에 앞장섰다. 워싱턴으로 달려가 정치인들을 상대로 끈질긴 운동을 벌여 당시 3백30만달러였던 에이즈퇴치예산을 8백80만달러로 올려놓았고 레이건전대통령등이 참여하는 관련 운동모임과 에이즈퇴치재단을 설립했다.
보스턴대에서 아동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녀는 로스앤젤레스어린이박물관 전시기획책임자로 일하던 82년 현 남편과 재혼했었다.【로스앤젤레스=박진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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