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원들 단전사실 모른채 태평/비상배터리 구해오는데 3시간 5일 아침 출근시간대 4시간동안이나 계속된 전철 분당선 운행중단 사태는 「시민의 발」을 초보운전자처럼 어설프게 관리, 시동 배터리가 모두 방전돼 일어난 어이없는 사고였다.
여기에 수십대의 전동차를 운행하면서도 비상충전용 배터리 하나 갖추지 않은데다 다른 곳에서 가져오는 데도 3시간 이상이 걸리는등 전철운영체제가 총체적인 「복지부동」에 빠져 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날 사고는 철도청이 방수공사를 위해 전동차 전기공급을 모두 끊은 상태에서 추위 속에 배터리만으로 전동차 기기를 밤새 켜 놓아 배터리가 방전돼 일어났다.
철도청은 5일 0시50분부터 상오4시30분까지 수서·야탑차량기지의 하행선 지하구조물 방수작업을 하기 위해 0시35분께 분당차량기지의 하행선 전기공급을 끊었다. 분당차량기지는 11편성 전동차 66량의 주요기기들이 추위에 어는 것을 우려해 밤새 켜 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하행선 전원이 끊어지자 상행선 전차선으로 전기를 연결했다.
이때 순간적으로 정전상태가 됐고 정전 때 전동차 내부의 각종 기기보호를 위해 전차선과 전동차간의 전기연결장치를 끊어주는 주회로 차단기(MCB)가 자동으로 내려졌다. 차단기가 내려지면 전동차 배터리에서 전기가 공급되며 주전원에서 전기공급이 재개되면 기관사나 검수원들이 주회로 차단기를 수동으로 일일이 다시 올려 줘 주전원에서 전기공급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분단차량기지의 검수원들은 단전사실조차 모른 채 이날 0시18분 전철 운행 종료와 함께 차량검수교육을 위해 VTR를 시청하느라 주회로 차단기를 다시 올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동차 66량은 계속 자체 배터리만으로 기기를 작동, 배터리가 모두 방전됐다.
전동차 1량에 76V짜리 2개씩 있는 배터리만으로 전동차의 각종 기기를 작동시키면 1시간도 안돼 완전 방전된다. 이 배터리는 전동차 출발 때 엔진을 시동시키고 비상등·속도계·계전기등 각종 장비를 작동시킨다.
분당차량기지측은 상오3시30분께야 배터리 방전을 발견했다. 당황한 기지측은 서울지방철도청에 지원을 요청하지 않고 황급히 자동차 비상충전용 배터리를 구해와 충전을 시도했으나 용량이 태부족해 될 리가 없었다. 분당차량기지는 지난 9월 1일 분당선 개통후 3개월이 지나도록 비상충전기를 1개도 확보하지 못했다. 서울지방 철도청에 충전기 지급을 요청했으나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보류된 상태였다.【박희정·박천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