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항각서/인력수급 등/“믿어달라” “못믿겠다”/도덕심 걸고서 약속/성실하게 이행할것/삼성·당국/눈가림용 공약일뿐/기술축적상 불가능/기존업계 삼성그룹이 5일 승용차산업 진입을 위해 일본 닛산자동차와의 기술도입신고서를 상공자원부에 제출함으로써 그동안 논란을 빚었던 진입허용 가부문제는 사실상 매듭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상공부는 기존 자동차업계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력스카우트 방지등 4개항의 계획서 수정을 요구한 결과 삼성측이 대체로 납득할만큼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보고 있다. 상공부는 삼성이 약속한 4개항을 차질없이 이행토록 하기 위해 삼성측의 이필곤회장(21세기 기획단장)에게 각서를 징구토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신고서를 제출한 삼성 21세기기획단의 김무대표이사부사장은 『상공부 요청대로 4개항을 수정했으며 삼성의 덕목가운데 1호가 「도덕심」이므로 약속이행을 믿어달라』고 주장했다. 지난 92년 상용차진입때 승용차사업은 절대하지않겠다고 약속했던데 대해 김부사장은 『당시 상용차를 강조하다보니 와전된 것』이라며 『이번에는 결과를 지켜 봐달라』고 말했다. 약속이 아니라 「와전」이었다는 것이다. 이번에 하는 「약속」은 삼성의 덕목인 도덕심으로 하는 것이니까 믿어달라는 얘기다. 상공부 이건우기계소재국장은 『상용차때 각서를 받은 사실은 없었다』며 『이번 각서징구는 도덕적 차원이나 삼성의 국가적 위치로 볼 때 성실히 지킬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대 기아등 기존업계는 『삼성이 우선 궁지를 모면하기 위해 눈가림식으로 떠벌린 내용』이라며 『업계 현실에 비춰 지켜질 수 없는 공약』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삼성이 이날 약속한 4개항은 ▲고유모델 개발 ▲수출비율 ▲부품국산화율 ▲인력스카우트 배제등이다. 먼저 생산 첫해인 98년부터 닛산측과 공동으로 고유모델을 개발해 빠른 시일내 기술자립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또 부품국산화율도 98년 2천㏄미만 차종은 80%, 2천㏄이상은 70%를 달성하기 위해 오는 2002년까지 부품업체에 4천3백억원을 지원할 방침을 밝혔다. 내수시장의 과잉경쟁을 막기 위해 수출비율도 98년 30%에서 시작, 5년뒤에는 절반이상인 55%를 달성한다는 주장이다. 기존 업계의 현직근로자나 퇴직후 2년이 지나지 않은 인력은 채용을 배제하기로 약속해 스카우트에 따른 기존업계의 교란을 최소화한다고 약속했다. 인력수급과 관련, 김부사장은 『현재 3백여명을 확보했으며 닛산에 2천명을 연수보내고 해외기술자 5백명을 장기초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삼성측의 약속에 대해 기존 업계는 『말도 안되는 엉터리 약속』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고유모델 공동개발이라는 약속은 삼성이 자동차 기술축적이 전무한 데다 차종설계도 안된 상태에서 98년 고유모델을 생산하는 것은 당장 생산라인 설치가 따라야 하므로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수출의 경우 삼성이 생산할 2천㏄급의 중형승용차는 현재 기존업계도 수출이 거의 안되는 차종인 데다 닛산과 기술제휴로 만든 차가 수출지역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건 국제계약의 관행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기술인력은 기존 업계에서 규모가 작다는 쌍용자동차도 1천여명에 달하고 있어 대대적인 스카우트파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연산 30만대 생산때 1차 부품업체 3백여개, 2차부품업체 1천5백여개사를 확보해야 하는 현실에 비춰 삼성측의 부품업체 자체양성 약속은 실현성이 없다는 주장이다.【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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