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조직개편서 1차대립/WTO비준 재충돌「뇌관」 소지 민주당이 5일 등원, 국회가 일단 정상화됐다. 이날 열린 상임위가 하나도 없어 감각적으로는 국회정상화가 선뜻 다가오지는 않지만, 여야접촉에서 향후 일정이 합의돼 국회는 파행에서 정상화로 방향타를 확실히 틀었다.
여야는 휴회결의를 위한 6일의 본회의소집을 합의하는등 향후 일정의 가닥을 잡았다. 여야 모두 파행국회에 쏟아지고 있는 따가운 여론을 의식, 『최대한 인내하고 협상하겠다』고 「타협우선」을 공언하고 있다. 민자당의 고위당직자회의는 『야당과의 다각적인 대화에 나서겠다』고 입장을 정리했고 민주당의 신기하총무도 『성실한 자세로 국정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전망은 정반대로 난항쪽으로 기울어 있다. 12·12파행정국, 민자당의 예산안변칙처리등을 거치면서 여야간에 불신의 앙금이 겹겹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각론에 들어가면, 여야간에 격돌이 불가피한 「전장」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자연히 낙관론이 옹색해질 수밖에 없다.
우선 민자당의 예산안변칙처리를 놓고 한차례 힘겨루기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변칙처리된 예산안의 무효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민자당은 『무효화는 법적·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상호주장에 접합점은 아직 없다.
그러나 예산안문제는 여야가 그런대로 퇴로를 만들어 놓고 있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무효를 외치지만, 최고회의 결정에 『본회의에서 무효화되지않을 경우 헌법소원을 내겠다』는 후속조치를 포함시켰다. 이는 예산안의 무효화를 국회일정과 연계시키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로 해석될 수 있다. 민자당도 6일의 본회의에 합의해 주고 황락주국회의장이 예산안의 변칙처리에 유감을 표명하는등 야당의 체면을 세워주려 하고 있다. 따라서 야당이 본회의에서 「살풀이」를 벌이고 상임위별로 추궁한 뒤 예산안문제는 일단락될 수 있다.
정부조직개편도 야당측이 「밀실·졸속처리」를 이유로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그다지 비판적이지는 않다. 때문에 조직개편문제로 국회일정 자체를 흔들리게 할 정도로 첨예한 대립이 생기지는 않을 것 같다.
문제는 세계무역기구(WTO)가입동의안의 처리다. 민자당의 이한동총무는 『WTO는 세계 각국이 주시하고있는 현안이므로 가능한한 협상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미국과의 쌍무협상, 이행법안마련, 농어촌대책, 남북교역의 민족내부거래인정등 4개의 전제조건을 내걸고 있다. 사실상 원안통과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WTO가입동의안의 처리시기인 내주후반에 여야가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내부의 줄다리기 외에도 12·12 기소를 요구하는 민주당의 장외집회도 외압과 변수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특히 이 문제는 민주당내 역학구도와 맞물려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민주당의 국회전략을 경직시키고 정국을 파행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결국 국회는 가까스로 정상화 됐지만 어떤 모습으로 마무리될지는 예측불허이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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