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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정책과 여론/이백만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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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정책과 여론/이백만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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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그룹의 승용차사업진출문제가 경제계의 핫이슈로 또다시 등장했다. 삼성은 기술도입신고서제출계획을 언론에 흘리고 있다. 기술도입신고서를 내려다 사전조정에 의해 좌절의 쓴맛을 본 삼성은 배수의 진을 쳐놓고 연내에 승부를 내려하고 있다. 정부(상공부)의 태도도 갑자기 달라졌다. 삼성의 사업계획을 보아 허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내부적으로는 허용방침을 이미 정해 놓고 모양새를 갖추는 듯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자동차산업은 최대의 기간산업이다. 전후방 연관효과가 전자 반도체 종합화학등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 삼성승용차문제가 1년 넘게 쟁점화되어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삼성의 승용차사업 신규진출은 한국자동차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지금보다 한 단계 높이느냐, 아니면 한 단계 떨어뜨리느냐를 선택하는 문제다. 스스로 선택권을 장악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최대한 신중하게, 정확하게, 또 소신있게 결정을 내려야 할 문제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가 취해온 태도는 어떻게 하면 비난을 덜 듣나 하는데만 신경을 쓰고 다른 문제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한 것이었다. 한국경제의 장래를 좌우할만한 중요한 문제를 놓고 확고한 판단과 소신있는 선택을 하지 못하고 여론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당국자들은 삼성자동차문제를 꺼내면 하나같이 얼굴이 굳어지고 손을 내저으면서 『아는 바 없다』고 말하곤 했다. 「하명」만 바라는 자세다. 전형적인 복지부동이다.

 개도국으로서 자동차산업을 성공시킨 예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는 과거 군사정권이 남긴 가장 대표적인 「긍정적 유산」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혹시 정책판단이 잘못될 경우 문민정부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삼성승용차문제는 그만큼 중요하다. 여론에 질질 끌려 다니면서 눈치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똑똑한 공무원은 많지만 용기있는 공무원은 많지 않은 것같다. 뭐가 옳고 뭐가 그른지를 말하는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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