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석군 한국인최초 요트세계일주/호 동부해안순항… 날씨도 바람도 “OK” 한국일보사 일간스포츠주최 한국인 최초의 단독 요트 세계일주에 나선 강동석(강동석·25·미UCLA대 휴학)군의 「선구자Ⅱ」호는 호주 동부해안을 따라 현재 록햄프턴 동쪽 1백50 해상을 순항중이다.
출항 7일째―지난달 26일 호주 브리즈번항을 떠난 강군은 하루 약1백의 속도로 첫 기착지인 호주 동북부 케언스를 향해 순조롭게 항해하고 있다. 해상의 날씨는 쾌청. 바람이 다소 강하게 불어 순항을 돕고 있다.
26일 하오 3시 브리즈번 시내 캥거루 포인트 요트계류장에서 성대한 발대식에 이어 현지 요트맨 교민들의 배웅을 받으며 선구자Ⅱ호의 닻을 올린 강군은 3시간 후 브리즈번강을 빠져나가 대양으로 접어든 직후 바로 머드 아일랜드에 닻을 내리고 30시간 이상의 긴 수면을 취했다. 피지에서 브리즈번까지 17일간의 항해로 쌓인 피로를 풀 겨를도 없이 시드니 교민 환영회다, 브리즈번 발대식이다하며 쉴새 없이 이어지는 공식·비공식 행사와 출항준비로 바빴기 때문이다. 긴 항해에는 충분한 휴식으로 컨디션을 다져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강군은 다음날부터 본격항해를 시작, 왼쪽으로 호주대륙을 아득히 바라보며 연안항해를 계속중이다. 케언스까지는 비슷한 항해형태가 계속된다.
강군은 브리즈번 앞바다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튼 후 칼룬드라, 누사 앞바다를 거쳐 프레이저섬을 지났다.
프레이저 섬은 산호초로 유명한 세계적 관광지. 요트 갑판에서 내려다보면 오색 영롱한 산호초가 끝없이 펼쳐지고 열대어가 손에 잡힐듯 노닌다. 강군은 무선으로 항해 상황을 알려오면서 프레이저섬 일대를 「천연수족관」이라고 표현했다.
강군은 시속 5노트 정도의 정상속도로 항해중이며 번더버그, 글래스드톤 앞바다를 지나 록햄프턴이 왼쪽으로 멀리 보이는 위치에 와 있다. 첫 기착지 케언스까지는 1천4백정도 남긴 위치다.
록햄프턴부터 케언스까지는 세계 최고 최대의 산호초 해역으로 바다이름 자체가 산호초바다(COAL SEA)이다. 무수한 산호초 섬이 물밑으로 케언스를 지나 호주 동북단 바마가까지 2천이상 이어진다.
케언스까지는 앞으로 20일, 강군은 케언스에 잠시 머문 후 호주 북단 다윈으로 향한다. 케언스에서 다윈까지 1개월을 예정하고 있다.
강군은 왜 배를 타는가, 왜 목숨을 건 모험에 도전하는가 하는 질문에 『좋아서요』 『멋있잖아요』 딱 두마디로 대답했다. 진짜 바다를 못본 사람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대답이다. 그러나 바다의 진짜 모습, 바다 위의 하늘, 돌고래떼, 영롱한 무지개를 아는 사람이면 이 두마디가 함축하는 의미를 느낄수 있다.【권기팔기자】
◎LA∼하와이 항해 일기/예보없던 사흘태풍에 배안 쑥밭 기진맥진/돌고래떼 재롱만끽·식인상어출현 긴장도
강동석군은 1년6개월의 세계일주 대장정기간중 10곳의 기착지에 입항할 때마다 항해일기와 생생한 현장사진으로 고국의 독자들에게 안부를 전하겠다고 약속했다. 첫회로 지난 1월 거주지인 LA를 떠나 하와이에 이를 때까지 1개월간 매일 쓴 일기를 요약 게재한다. 강군은 하와이까지 가장 친한 친구인 대만출신 필립군과 동행했으며, 하와이부터는 단독항해중이다.【편집자주】
▲1월13일(출발전날)=LA에서 하와이까지는 3만6천. 부모님은 3년전 부산으로 떠날 때보다는 훨씬 덜 초조해 하시는 것 같다. 우선 울지 않으시니까 겉보기로는 그렇다. 필립은 부모님께 한달간 캠핑을 간다고 거짓말을 했다.
▲14일=10시30분 출발. 2시간 전 독에 나가니 목사님과 교우들, 보도진이 많이 왔다. 필립은 10시나 돼서 디스코장에 가는 차림으로 나타났다. 하와이까지는 26일간으로 항해일정을 잡았다. 출발 후 20시간동안 바람이 하나도 없다. 연료를 40갤런 넣었는데 벌써 반이 없어졌다. 사람들은 육지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위험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는 육지가 가까울수록 어렵다. 할 일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17일=돌고래떼가 나타났다. 『필립 저거 봐』 『아무 것도 안보여』 『깜깜한 바다에서 사물을 볼 수 있도록 돼야해』
돌고래는 30∼40마리씩 떼를 지어 나타난다. 어떤때는 2일씩 계속 쫓아온다. 아무도 없는 바다에서 돌고래는 좋은 친구다. 뱃전에서 머리를 쳐드는가 하면 재롱도 부린다. 혼자 항해할 때는 미친듯이 돌고래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머리를 만져 볼 수도 있다.
▲20일=며칠간 바람이 없더니 서서히 15노트정도로 바람이 인다. 배는 5노트로 기분좋게 나아가기 시작하는데 10갑을 넣어온 담배가 떨어졌다. 큰일났다. 필립이 『이번 기회에 담배를 끊지 그래』하고 놀린다.
▲22일=바람이 다소 거세진다. 무역풍의 기미는 안보이고 하늘은 짙은 구름으로 뒤덮였다.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지난 이틀동안 조류도 심상치 않았다. 기후탓인지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9.2, 정말 싼값, 장비 다량구비」 광고문구가 생각난다. 찾아갔더니 20년이나 된 낡은 배였다. 찬찬히 살펴보니 손질만 잘하면 세계일주도 가능할 것 같았다. 필립에게 꽤 많은 돈을 빌려 이 배를 샀다. 그러나 장비가 부족하고 경비도 없었다. 한국을 찾아갔다. 그러나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상어를 만났다. 청상어다. 이놈은 식인상어의 한 종류다. 바다에서 식인상어와 맞닥뜨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상어는 먹이가 아닌줄 알았는지 금세 돌아선다.
▲26일=아침부터 무역풍이 분다. 기다리던 바람이다. 그러나 저녁무렵부터 이상하게 바람이 거세진다.
▲27일=바람은 점점 거세져 50노트나 됐다. 비마저 거세게 퍼붓는다. 산더미같은 파도가 배를 삼킬듯 덮친다.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이제 배만 믿을 수밖에 없다. 목숨은 오직 배에 달렸다. 배는 난장판이다. 선실은 온통 젖었다.
▲29일=태풍은 근 사흘만에야 잦아 들었다. 그동안 아무것도 못먹었다. 필립을 안심시키느라 큰 소리는 뻥뻥 쳤지만 실은 나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선구자Ⅱ」호에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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