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패배 클린턴 어깨펴… 돌,지도자면모 과시 세계무역기구(WTO)출범을 위한 가트이행법안이 1일 하오(현지시간) 미상원을 통과한 것은 미의회가 초당적 정국운영의 가능성을 대내외에 선보였다는 점에서 우선 큰 평가를 받고 있다. 미의 지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승리이후 이번이 클린턴대통령의 첫 정치적 시험무대라는 점에서 내외의 관심이 쏠렸던 문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날 20시간여의 찬반토론 끝에 나온 찬성76대 반대24표라는 압도적인 표결결과는 중간선거패배 이후 위축됐던 클린턴 행정부에 다소나마 원기회복의 계기를 마련해 준게 사실이다. 이는 나아가 공화당우위의 새로운 정치환경 속에서도 장차 백악관이 「정책연합」의 여지를 충분히 활용해 갈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셈이기도 하다.
클린턴대통령도 이날 미상원의 처리결과를 초당적협력의 첫 사례라고 평가하면서 『가트이행법안 통과는 미국이 현재 국가이익과 국민들을 위해 가장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새삼 확인시켜주었다』고 말했다. 클린턴대통령이 만족한 것은 대외적 측면에서 볼때도 미국이 향후 국제경제질서를 여전히 향도해 가리란 점을 새삼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이날을 마지막으로 정계를 은퇴하는 조지 미첼민주당 상원 원내총무가 『가트법안의 상원통과는 세계속에서의 미국의 지도력을 다시한번 확인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트이행법안 처리과정은 아울러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인 보브 돌의원의 리더십과 영향력을 부각시키는 무대이기도 했다. 돌 의원은 당초부터 표결에 협력한다는 의사를 표시하면서도 이행법안 내용중 「1국 1표주의」가 미국의 주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반대파의 논점을 자연스레 공론화시킴으로써 백인 보수계층에도 호감을 사 자신의 대선가도에 이용하는 노회함을 보였다.또 클린턴대통령의 협조요청에 최대한 성의를 보임으로써 차기지도자의 큰 면모를 과시하는 정치기술도 함께 구사했다. 돌의원은 공화당 정책기조에 부합되는 가트이행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명분을 챙겼고, 정책공조를 통한 이미지 제고의 실리까지도 함께 챙기는 일석이조를 얻은 셈이다. 따라서 『103대 국회의 최대승자는 보브 돌』이라는 평가를 듣는 것도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대통령이 가트법안 통과로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고는 하지만 이번 결과를 지도력 유지의 청신호로 좋아하기는 좀 이른 것 같다. 왜냐하면 상원표결은 그런대로 성공한 셈이지만 하원표결에서 나타난 적지않은 이탈표는 임기내내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민주당의 기반이랄수 있는 남부 산업지역 표밭이 중간선거에 이어 WTO출범으로 계속 이반현상을 보일수 있다는 점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섬유 철강분야등 인건비구성비율이 높은 업종은 당장 타격을 받을 수 있는만큼 노조등 전통적 지지세력이 등을 돌릴 수도 있다.
한편 이날 미상원의 가트 법안통과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의 처리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가트회원국들을 재촉해 곧 WTO승선을 공식화하는 나라들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워싱턴=정진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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