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구청 직접 찾아와 납부/은행수납인 위조 영수증 발급/하루 수백건 대조작업 어려워 부천시 세금횡령사건의 「세도」들은 등록·취득세뿐 아니라 특히 모든 종류의 체납세금을 마구잡이로 가로챈 것으로 밝혀져 체납세 수납제도에 근본적 허점이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비리공무원들이 체납세를 「임자없는 떡」처럼 챙길 수 있었던 것은 정상납부되는 세금은 납세자들이 구청이 미리 발부한 고지서를 받아 금융기관에 직접 납부하지만 체납세는 대개 납세자들이 구청에 찾아와 가산금등을 계산, 세금고지서를 발부받는 절차를 거치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금고지서도 일반 고지서가 납세자보관용, 은행보관용및 구청통보용, 구청보관용등 4장의 영수증이 붙은 「4부영수증」으로 된 것과는 달리 은행보관용과 구청통보용이 은행경유용 1장으로 통합된 「3부영수증」으로 돼 있는 것이 문제였다.
이번 사건의 관련 공무원들은 납세자들이 체납세 고지서를 받으러 구청에 오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아예 직접 체납 납세자를 찾아 나섰다. 이들은 납세자에게 세금고지서를 즉석에서 발행, 체납세금을 받고 납세자보관용 영수증을 발급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세금을 금융기관에 대신 내 줄 것처럼 납세자들을 속였고, 납세자들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은행에 대신 내야 할 세금을 가로 챈 뒤 은행경유용 영수증에 위조한 은행수납인을 찍어 구청보관용 영수증과 함께 영수증 보관철에 끼워 놓았다. 은행이나 시금고에 실제 돈은 들어오지 않았는데도 영수증은 남아 체납세 수납절차가 끝난 것이다.
이같은 세금횡령을 적발할 수 있는 제도는 형식적으로는 마련돼 있었다. 은행에서는 매일 시금고에 납부된 모든 세금의 건수와 금액을 구청 세무과에 통보한다. 그러면 구청측은 이 세금수납내역과 구청에 보관된 영수증을 대조, 확인하게 돼 있다. 그러나 세금을 횡령한 공무원 자신들이 대조작업을 맡고 있었으니 「이상」이 드러날 리 만무하다. 또 횡령공무원이 아닌 다른 공무원이 대조작업을 하더라도 하루 수백건의 수납내역을 영수증과 일일이 대조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일선행정기관의 관행에 비춰 어려운 것으로 지적된다.
이같은 체납세 처리절차의 허점때문에 사후에 횡령여부와 규모를 확인하는 것도 어렵다. 은행보관용은 없이 위조된 은행경유용및 구청보관용 영수증만 남아 있어 대조할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은행수납내역서가 남아 있으나 정상납부세금과 체납세금의 구분이 없는데다 수십만건에 이르는 몇년치를 일일이 영수증과 대조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한 형편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1일 원미구청 세무과 이철문씨(33)를 1억여원의 세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했으나 체납세 횡령규모는 밝혀내지 못했다.
원미구청등 3개구청이 90년이후 「3부영수증」으로 거둬들인 체납세는 수십억원에 이른다. 물론 횡령된 세금을 뺀 나머지이고, 어느정도가 비리공무원들의 주머니로 들어 갔는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염영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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