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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수도로 “베를린 재건”/독일 행정부·의회 98년까지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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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수도로 “베를린 재건”/독일 행정부·의회 98년까지 이전

입력
1994.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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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사당 건물보수등 「옛영화 찾기」 분주/유럽대륙 한가운데 위치 “외국교역 통로” 『베를린천도는 곧 독일의 통일과업이 완성됐음을 뜻한다』(연방내무부 에르하르트 야욱차관보)

 『브란덴부르크주와의 통합을 마치고 나면 베를린은 앞으로 동구를 비롯한 유럽대륙 전체를 폭넓게 조망하는 위치가 될 것』(베를린시청 에르네스트 루크수도이전담당관)

 통일독일의 수도이전 계획이 확정된 이후 베를린시 중심가를 흐르는 슈프레강변에 자리잡은 제국의회 의사당건물은 보수작업이 한창이다. 동독 붕괴의 상징 브란덴부르크문을 바로 지척에 둔 채, 제국의회 건물은 흑적황 삼색의 대형 독일깃발을 휘날리며 위압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독일 연방하원은 98년부터 이 건물을 공식 의사당으로 쓰게 된다. 아직 이전일자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연방상원도 제국의회 맞은 편에 자리잡을 예정이다. 행정수반인 총리의 집무실은 슈프레 강을 끼고 두 의사당을 마주보는 북쪽 측면을 따라 짓기로 계획됐다. 2000년부터 독일총리는 집무실을 나와 상하원을 걸어서 드나드는 모습을 보여 줄 것이다.

 한동안 시끄럽던 베를린으로의 수도이전 논란은 이제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완전히 결론이 났다. 연방하원은 지난6월 의회와 연방행정부의 이전문제에 관해 최종결정을 내렸다. 청사 신개축등 준비작업이 매듭지어지는 대로 빠르면 98년부터, 늦어도 2000년까지 의회와 행정부의 각 부처가 차례로 이사를 간다. 21세기초 베를린은 2차대전 패전후 실로 반세기만에 독일연방공화국 수도의 지위를 완벽하게 되찾게 된다.

 올 연초 폰 바이츠체커전대통령은 본의 집무실을 베를린의 옛 대통령관저로 옮기는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 헌법기관가운데 처음으로 「잃어버린 영광」을 되찾게 된 「벨뷔성」관저에는 현재 바이츠체커의 후임인 헤르조그대통령이 머물며 통일과업 완수를 독려하는 구심점 역할을 맡고 있다.

 통일후 의회는 일찌감치 천도방침을 정하고도 시기등 세부계획을 매듭짓지 못한 채 3년 가까이 치열한 논란을 벌였다. 건물 신개축등 이전에 필요한 비용이 줄잡아 1백50억마르크(7조5천억원)에서 3백억마르크(15조원)까지 추산될 만큼 엄청났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동독 통합에 따른 투자와 지원등 돈 들일 곳이 한두군데가 아닌 터에 천문학적 비용이 먹힐 수도이전을 굳이 서둘 이유가 있느냐는 반대론이 상당한 지지를 얻었다. 반면 집권 보수연합을 비롯한 찬성론자들은 현재 행정수도인 본이 통일된 국토의 남서부 구석에 치우쳐 있어 동독 통합을 가속시키고 동구국가들의 체제전환을 돕는 데 적합지 않은 위치라고 주장해 왔다.

 하원의 최종 찬반투표 결과가 3백37대 3백20인 사실에서 나타나듯 베를린이전 시기를 둘러싼 독일 내부의 갑론을박은 막바지까지 팽팽한 접전이었다.

 사민당을 비롯한 일부 반대론자들의 지적처럼 베를린천도는 향후 통일독일의 정치 외교 경제적 지향점이 종전의 서구 일변도에서 동구를 포함한 유럽 전체로 확대될 것임을 명백히 시사한다.

 한편 연방상원은 지난 3월 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주를 합쳐 베를린·브란덴부르크주를 만들려는 계획안을 승인했다. 물론 이 통합작업은 구체적 방안에 대해 양쪽 주정부간의 절충과 주의회의 인준, 주민투표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빨라야 99년께나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베를린시(인구 3백40만명)와 브란덴부르크주(2백50만명)가 합칠 경우  남한 국토면적의 3분의 1인 3만㎢의 광역 수도권이 형성된다. 통일독일의 새 수도권은 오데르강을 사이에 두고 폴란드 국경과 맞붙어 세계 어느 나라에도 보기 드문, 수도가 곧장 외국영토와 접경하는 모습을 연출하게 된다.

 베를린시청이 발행한 안내책자에는 모스크바(1천5백50) 로마(1천1백70) 마드리드(1천8백50) 더블린(1천3백) 오슬로(8백30)등 베를린에서 유럽 주요도시까지의 거리를 표시한 지도가 새겨져 있다.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대륙 전체에서 베를린이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음을 은근히 과시하고 있다.【베를린=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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