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유권자의 반란」을 일으킨 지난번 중간선거가 민주당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임 결의였다는 인식하에 상당수의 정치인이 보다 강렬한 보수의 색채를 내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대전환의 선봉에는 40년만에 상하량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색다른 「사상가」가 여러명 서 있다. 차기 하원의장이 확실시되는 깅그리치는 「가족」과 「신앙」을 복원하여 타락한 세속적 미국사회를 다시 살리겠다고 공언했고 상원 외교위원장의 자리에 오를 헬름스는 미국 제일주의의 기치아래 유엔권능의 축소를 촉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북한 핵의 차례다. 상원의 외교위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위원장에 취임할 머코스키는 미국의 중유제공에 제동을 걸겠다고 밝혔고 공화당의 차기 상원 원내총무인 돌은 내년에 본격적인 북핵청문회를 갖자는 주장에 동조하고 나섰다.
민주당 정부가 전열을 가다듬기 전에 정책논쟁을 한층 더 가열시켜 차제에 보수로의 선회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굳히려는 전략이다. 아울러 공화당의 대정부 비판은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정파간의 갈등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하는 바람에 대통령직은 벌써 야심을 가진 정치인이 탐내는 자리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상원 외교위 동아시아 태평양 소위의 북핵청문회가 1일밤(한국시간) 열렸다.
우리로서는 그리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제네바 담판장의 주변을 서성대다 북·미회담의 타결소식에 충격을 받고 자존심이 상했던 지난 10월의 한국외교가 새삼 떠오른다. 중간선거때문에 무대는 우방인 미국의 상원으로 옮겨지고 주도권은 공화당 반공세력의 몫이 되었지만 한국은 여전히 무대의 주변을 서성대고 있다.
게다가 제네바에서의 북·미담판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당사자인 한국의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인 매파는 공화당 내에 많지 않다. 공화당 매파의 우선적 과제는 미국의 비용부담을 줄이면서 북한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한국민은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당리당략에 따라 북한핵 문제가 춤을 출 것에 대비해야 한다. 이번 「예비」청문회에서부터 서서히 터져나오기 시작할 매파의 발언에 놀라 허둥대지는 말아야 한다. 한국이 무심히 던지는 한마디의 「말」이 미국상원내에서 벌어질 민주당과 공화당의 핵논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국의 정치권은 각성해야 한다. 미국의 상원이 북핵문제를 쟁점화할 때 당사자인 한국의 국회는 허송세월만 하고 있다. 과연 우리의 청문회는 어디로 갔는가. 국익조차 고민하고 논의할 줄 모르는 국회는 존재가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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